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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시대착오적 상속세, 분할납부 확대 등 부담 줄여야"

2020-12-17 11:42 | 조한진 기자 | hjc@mediapen.com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재계에서 상속세 세제 개편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요 경제 선진국들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현금화 부담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9년간(2000~2019년) 소득수준이 2.7배 높아지는 동안 상속세 과표구간 및 세율이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상속세 신고세액은 3조6723억원으로 2000년(5137억원) 대비 7.1배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2000년부터 2019년까지 19년간 소득수준(1인당 GNI)이 약 2.7배 커지는 동안, 과표구간, 세율, 공제규모 등 과세체계가 과거수준에 머무르면서 상속세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도심 /사진=연합뉴스


경제성장 및 물가상승에 따른 조세체계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과세표준구간 및 세율을 적절히 조정하는 것이 과세당국의 역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세의 경우 2000년부터 올해까지 과표구간 및 세율이 총 9회 조정됐다. 반면 상속세는 과표구간 및 세율 조정 없이 2000년 당시 기준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한경연은 “상속세는 일부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일반 국민은 물론 과세당국이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기초공제(2억원), 배우자 상속공제(최대 30억원), 일괄공제(5억원 등) 주요 공제한도도 IMF 이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지난 2000년부터 상속세율을 그대로 유지해 오는 동안 OECD 주요국들은 상속세 부담을 점차 줄여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OECD 국가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높은 상속세율은 기업의 지속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실제 상속세 문제로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나왔다. 쓰리세븐(손톱깎이 생산업체, 당시 세계 1위)은 지난 2008년 상속세로 인해 지분을 전량 매각한 후 적자기업으로 전락했고, 유니더스(콘돔 생산업체, 세계 1위)는 상속세 때문에 2017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다. 락앤락(밀폐용기 제조업체, 국내 1위)은 생전 상속세 부담을 고려해 2017년말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상속세율 인하가 어렵다면 분할납부 기간을 늘려 납세자의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상속세는 미실현이득에 부과되기 때문에, 이를 납부하기 위해 상속재산의 일부를 급하게 매각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세법상 다른 세목과 달리 상속세에 한해 분할납부를 인정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일본의 경우 상속재산 중 유동화가 어려운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최장 20년 간 분할납부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업 상속을 제외한 일반 상속에 대한 분할납부 기간이 5년으로 제한돼 상속재산 현금화에 대한 부담이 크다.

한경연은 상속세 분할납부 기간의 확대가 납세자의 부담을 낮추는 것은 물론 과세당국의 세수 안정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조원의 상속세 과세액을 10년 간 분할납부하는 경우, 첫 해의 상속세수 변동률은 28.1%로 일시납(312.5%) 및 현행 5년 분할납부(50.0%)에 비해 세수 변동성이 크게 낮아졌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상속세 분할납부 기간 확대는 세수의 감소 없이 납세자의 현금조달 부담을 줄이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상속세 분할납부 기간 확대를 시작으로 20년 넘게 미뤄왔던 상속세 세제개편에 나설 때다. 상속세 인하 및 폐지라는 전 세계적 흐름에 우리도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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