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기업규제3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투기자본의 기업 공격 우려가 점점 확산하고 있다. 사실상 방어수단이 없는 기업들은 ‘눈 뜨고 코 베일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이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의 개정안을 악용해 우리 기업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최근 미국 행동주의 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는 LG 이사회에 계열 분리 반대 서한을 보냈다. 화이트박스는 “최근 발표된 LG의 계열분리 계획은 소액주주들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LG 케이스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재계의 시각이다. 기업규제3법으로 인해 빗장이 열릴 수 있는 만큼 여러 투기자본의 공격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재계는 ‘규제3법’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그러나 여당은 이 같은 목소리를 거의 반영하지 않고 개정안을 밀어 붙였다.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이 각각 3%로 제한되면서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외국계 자본 이사회 진입 시도하면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단체들은 주요기업 외국계 지분 중 60~70% 결집 시 25% 내외의 의결권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투기자본 인사가 회사 내부에 침투해 경영에 간섭을 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법안의 통과로 인해 외국계 자본의 먹잇감이 된 것이 사실”이라며 “규제가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기업들이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은 외국계 펀드 등이 추천하는 인사의 이사회 진출을 걱정하고 있다. 이 경우 이사(감사위원)의 정보 접근 권한이 큰 만큼, 기술, 투자계획 등의 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이사회 안건 상정을 지연시키거나 배당 확대 같은 단기적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과거 헤지펀드의 국내기업 공격 사례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난 바 있다. 지난 2018년 현대자동차그룹 지분(현대차 2.9%, 현대모비스 2.6%, 기아차 2.1% 등)을 끌어모은 미국의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9년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추천, 배당 확대 등을 안건으로 제안했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자동차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수소전지 부문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발라드파워시스템사 회장 등 3인을 추천했고, 영업이익의 2.4배(5조8400억원)에 이르는 배당 확대 요구했다.
재계에서는 규제3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최근 “법이 시행되면 시행령 등 하위법령이 만들어질 것이고, 하위 법 조항에 기업의 어려움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는 보완 입법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이미 방향이 정해진 상황에서 거대 여당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의 몫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헤지펀드는 대규모 상장기업을, 국내 헤지펀드는 중견·중소 기업 공격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 교수는 “이제 판이 깔렸으니 행동주의 펀드들은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것이다. 내년에 기업 3분의 1정도가 감사위원을 선임하는데 가장 큰 위기”라며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우호지분을 늘리는 수밖에 없는데, 쉽지 않다. 이제 헤지펀드가 들어와도 할 말이 없다.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