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올 한해 예상치 못했던 변화에 고전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와 기업규제3법 등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불확실성 속에 기업들은 총수를 중심으로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위기에서 발휘되는 총수 리더십도 재평가 받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연말 정기 인사를 통해 미래전략도 더욱 강화했다. 능력있는 인재들이 전면에 포진한 것이 특징이다. 미디어펜은 3회에 걸쳐 다사다난했던 2020년 재계를 되돌아 보고 2021년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주요 기업들이 올해 정기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2021년을 준비하고 있다. 새해에도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와 능력이 검증된 젊은 인재를 대거 등용하면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울 중구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도심 /사진=연합뉴스
'세대교체'와 '혁신'…속도를 높여라
올해 주요기업 정기인사에서 나타난 핵심 키워드는 ‘새대교체’와 ‘혁신’이다. 최고경영자(CEO) 등 수장의 교체폭은 크지 않았지만, 부사장 이하 고위 임원들은 상당수가 교체됐다. 또 능력을 인정받은 인사들이 대거 중용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달 초 단행된 삼성전자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의 평균 연령은 56세로 작년과 같았지만, 전체 사장단 평균연령은 58세로 이전(59세)보다 한 살 젊어졌다. 여기에 부사장 승진자가 31명에 달해 차세대 CEO 후보군도 더욱 두텁게 했다
지난 15일 실시된 현대자동차그룹 인사에서는 미래사업 강화를 위한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셌다.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약 30%가 미래 신사업·신기술·R&D(연구개발) 부문에서 나왔다. 특히 현대차는 이번 인사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사업으로 추진 중인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수소연료, 로보틱스를 주도할 차세대 리더를 전면에 배치했다.
SK는 신규 선임 103명에 부회장 및 사장 승진 4명을 더해 총 107명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코로나19 등 경영환경을 고려해 예년에 비해 신규 선임 규모는 소폭 줄었다. 그러나 바이오, 소재, 배터리 등 신규 성장사업에는 능력 있는 인재들을 과감하게 발탁했다.
LG는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경영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등 신구의 조화를 통한 ‘안정 속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CEO 대부분이 유임됐으나 성장하는 미래사업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과감하게 발탁했다.
‘능력 우선’…실행력 강화
삼성전자는의 올해 '발탁승진' 대상자는 25명이었다. 발탁승진을 통해 삼성전자는 연차 등과 상관없이 성과가 우수하고 성장 잠재력이 있는 인재를 중용하고 있다. 발탁승진은 2017년 5월 8명, 2017년 말 13명, 2018년 말 18명, 올해 1월 24명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현대차는 높은 성과와 잠재력을 인정받은 40대 초·중반 우수 인재를 대거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이 같은 인재 등용을 통해 현대차는 최적화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 핵심 성장 축인 자율주행, 전동화, 수소연료전지 분야는 물론 로보틱스, UAM, 스마트시티 등에 대한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연공과 무관하게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SK의 인사 철학은 올해도 지속됐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1974년 생인 추형욱 사장 승진이다. 소재 및 에너지 사업 확장 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인정 받은 추 사장은 임원에 선임된 지 3년만에 SK E&S 사장 자리에 올랐다.
올해 LG는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젊고 추진력 있는 인재들을 곳곳에 전진 배치했다. 특히 미래준비를 위해 지난해(106명)보다 많은 124명의 상무를 신규 선임했다. 45세 이하 신규 임원은 24명으로, 지난 2년간 각각 21명 보다 늘어났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의 인사 기조 역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라며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들이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