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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CEO 신화' 임일순 홈플러스 떠난다…후임자는 미정

2021-01-07 11:49 | 이미미 기자 | buzacat59@mediapen.com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유통업계 첫 여성 CEO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33개월 만에 퇴임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임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일신상의 이유로 홈플러스 대표이사 겸 사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최근 회사에서 이를 수용했다.

임 대표는 개인적인 사유로 고용 계약 종료를 먼저 요청했고, 회사 측은 몇 차례 만류했지만 그 동안의 노고와 성과에 감사하며 임 사장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2019년 6월17일 홈플러스 인천계산점을 방문해 점포 근무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홈플러스 제공



구체적인 사임 날짜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이달 중순 경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2021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사업전략에 대한 최종승인일에 맞춰 조정한 것으로, 회사 측은 각 사업부문장을 중심으로 완성된 2021년 사업전략을 실행함에 있어 경영공백이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 대표는 2015년 11월 재무부문장(CFO, 부사장)으로 홈플러스와 인연을 맺었으며, 2년 뒤인 2017년 5월 경영지원부문장(COO, 수석부사장)을 거쳐 같은해 10월 대표이사 사장(CEO)으로 승진했다.

그에게는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임 대표는 국내 대형마트 업계를 포함한 유통업계 최초의 여성 CEO로, 국내 유통업계에서 오너가(家)를 제외한 인물 중 처음으로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았다.

임 대표는 재임기간 중 국내 산업계의 비정규직 제로(zero)의 첫 걸음을 뗀 주인공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CEO로 임명된 지 2년 만인 2019년 7월, 당시 홈플러스의 무기계약직 직원 약 1만50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시대의 흐름에 맞춰 사람중심의 고용문화를 주도했다.

무엇보다 직원들과의 상생을 중요시하는 임 대표 뜻에 따라 대형마트업계 최초로 별도의 자회사 설립이나 직군을 신설하지 않고, 조건 없이 기존 정규직 직급인 ‘선임’으로 발령하며 국내 주요 산업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당시 홈플러스의 전체 임직원 2만3000여명 중 정규직 비중은 무려 99%(2만2900명)를 기록했다.비정규직(단기계약직) 근로자는 1%(228명)에 불과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임 대표는 3년3개월의 CEO 재임기간 동안 오프라인 대형마트 중심의 홈플러스를 온라인과 융합된 ‘올라인(All-Line) 미래유통기업’으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창고형할인점과 대형마트의 장점을 결합한 효율화 모델 ‘홈플러스 스페셜’ 점포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대형마트 내 입점된 테넌트를 지역밀착형 커뮤니티 몰 ‘코너스’로의 전환을 시도했고, 근린 포맷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신선식품과 간편식, 먹거리 중심의 고객친화 포맷으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오프라인 전 점포를 온라인 물류거점으로 전략화했다. 온라인 수요가 높은 일부 지역에는 오프라인 점포 내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풀필먼트 센터(Fulfilment Center)’를 조성하며 몰려드는 온라인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했다.

임 대표는 방향성뿐만 아니라, 미래 유통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도 현격한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거버넌스(Governance)와 윤리적 준거 지표를 끌어올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사업 투명성을 확보했다. 상품의 차별화를 위해, 신선식품에 대한 질적 향상과 유지, 글로벌 소싱에 기반한 PB 상품 개발에 집중했다. 또한 데이터에 기반한 유통경영에 박차를 가하고자 전방위적인 데이터 인프라를 3년에 걸쳐 구축했다.

그럼에도 임 대표가 사의를 표명한데는 대형마트를 둘러싼 녹록치 않은 환경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홈플러스는 2019 회계연도에 당기 순손실 532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016년 3209억원에서 2018년 1091억원으로 줄었다. 점포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부문장 이상 임원급들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3개월 간 급여의 20%를 반납하는 결정을 했다. 

홈플러스 고위 관계자는 “임 대표는 유통사업에 대한 인사이트가 깊고 전략과 실행에 뛰어난 전문경영인으로서 홈플러스를 미래 유통기업으로써의 탈바꿈 시켰다”며 “CEO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 이미 2021년 전반적인 사업전략과 방향까지 완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현재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맡을 인물로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역량과 경험을 갖춘 다수의 후보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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