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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전화외교에서 드러난 한반도 정책은?

2021-01-31 06:00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 바이든 미국 신 행정부의 동북아 정책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특히 북핵 협상 재개 여부, 또 협상 재개 시 양자 또는 다자 구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28일 전화통화를 진행한 것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미일 양국의 여러 현안을 언급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한 역내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 향후 문재인 대통령이 진행할 한미 정상통화에서도 북핵 문제는 논의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한미일 협력으로 북핵 해법을 찾으려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이럴 경우 대화보다는 압박에 무게가 실릴 수 있고, 미중 갈등도 심화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톱다운 방식 북미대화를 바이든 정부가 이어가기를 기대해온 문재인정부로선 더 이상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만 고집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북미대화 전략뿐 아니라 외교정책을 전반적으로 재정립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과 갈등을 겪으면서 북미 양자협상에 주력해온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 출범을 전후해서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하는 신속한 북미대화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한미일 협력이란 틀 속에서 해결하기로 결정할 경우 문 대통령으로선 당장 얼어붙은 한일관계 개선을 시급한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여러 외교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일단 최근 취임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북핵’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그는 지난 청문회에서 “대북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또 취임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선 아예 북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2016년 10월 28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국제대학원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한미동맹의 대응'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2016.10.28./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현재 북핵 능력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이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이 결국 협상에 나선다면 역시 양자보다는 다자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이럴 경우 바이든 정부는 북미대화에 바로 나서기보다 동맹국인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이 북핵 해결에 나서도록 대중 압박에 주력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응과 내부 통합에 우선순위를 둔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 정책을 포함한 외교정책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일임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북한 문제가 다자협력 틀 속에서 다뤄질 것이란 관측에다 실무대화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을 더하게 됐다. 바이든 정부가 북핵 문제를 신중하게 다루겠다는 것이어서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문재인정부는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 등 과거사 문제 때문에 극도로 악화된 한일관계를 개선시키는데 우선 집중해야할 시점을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그동안 거리를 뒀던 미국‧일본‧호주‧인도의 대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동참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총리와 첫 통화에서 쿼드를 강조한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29일(현지시간) “쿼드가 인도‧태평양 정책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쿼드 협의체를 트럼프 행정부의 긍정적 유산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이스라엘과 일부 중동국가 간 외교를 정상화한 트럼프 행정부의 ‘에이브러햄 협정’도 쿼드와 함께 이어갈 정책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한미 정상통화는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외교정책을 이끌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명자 꼬리표’를 떼자마자 마크 가노 캐나다 외교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에 이어 세 번째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통화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고정된 시선을 한미일 협력과 한중일 협력에 돌려야 할 마지막 기회를 맞은 것 같다.

정성장 미 월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정부는 북핵 대응과 실리 차원에서 한미일 협력과 한중일 협력을 모두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일본과의 신속한 관계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과 함께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면 미국에서도 한중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비판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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