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 |
그런데 가까운 거리에 조 폭스(톰 행크스)가 운영하는 대형 서점 ‘폭스북스’가 개점하면서 경영난을 겪게 된다. ‘폭스북스’는 질 높은 서비스와 낮은 가격으로 ‘길모퉁이 서점’의 단골손님과 단골저자들 마저 빼앗아 간다. 케슬린은 ‘폭스북스’ 앞에서 거리시위도 하고 지역신문에 호소문을 실으며 대규모 자본에 의해 골목상권이 위협받고 있음을 알린다.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길모퉁이 서점’의 매출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결국 그녀는 폐업을 결정했다.
케슬린은 ‘폭스북스’의 아동도서 코너에 가서 부인하고 싶었던 현실을 직면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그 곳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넓고 편안한 공간 속에서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대 자본과의 경쟁에 밀려 실패한 루저에 불과할까?
아니다. 김영용 교수는 <경쟁은 아름답다> 책을 통해 “인간사회의 경쟁은 패한 자가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의 위치로부터 차선(次善), 차차선(次次善) 등 자신에게 더 적합한 위치로 재배치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 영화 속 여주인공은 오랜 서점운영으로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동문학작가로 데뷔를 결심하게 된다. 서점을 계속 운영했다면 절대 찾을 수 없었던 자신의 재능을 찾게 된 것이다.
▲ 죠 폭스(톰 행크스 분)와 케슬린 켈리(멕 라이언 분) 주연의 '유브 갓 메일'. |
영화 유브갓메일은 반스앤노블이라는 대형서점의 등장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1990년 대 미국 사회에서도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마찰이 있었던 모양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자본주의 사회를 거부하는 것 같지만 이미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는 것을 즐길 정도로 대기업의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다. ‘폭스북스’와 같은 대규모기업은 고객들에게 팬 사인회, 저자 강연회 등의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들을 만족시켰고 경쟁의 결과로 ‘길모퉁이 서점’들은 사라졌다.
그렇다고 반스앤노블과 같은 대형서점의 승리도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이 경쟁의 묘미다.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서점과 전자책이 등장하면서 반스앤노블의 1위 자리는 위협받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는 추세이며, 2위 업체였던 보더스(borders)가 파산했다.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다.
만약 ‘폭스북스’를 규제했다면 ‘길모퉁이 서점’이 살아남았을까? 이를 위해 법을 만들고 규제를 했다면 중소서점을 살리기는커녕 소비자의 편익만 줄이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다. 우리의 전통시장 살리기 정책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을 규제하면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계 기업이나 중소형 기업이 골목상권을 차지하게 된다. 절대 ‘길모퉁이 서점’을 위한 법이 될 수 없다.
요즘 이케아의 국내시장 진출로 중소가구점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런데 ‘폭스북스’에 고객이 몰려가는 것을 막을 수 없듯 값싸고 질좋은 가구를 구입하기 위해 긴 시간 줄까지 서는 소비자를 막을 길은 없다. 경쟁을 통해 시장은 진화하고 그 방향은 늘 소비자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