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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논란…"그림의 떡" vs "거스를 수 없는 길"

2021-02-04 15:23 | 나광호 기자 | n0430@naver.com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장기 저탄소발전전략(LEDS) 및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정부안 등을 확정한 가운데 당위성과 실현가능성이 부딪히는 모양새다.

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의 회관에서 철강·석유화학·석유·태양광협회·산업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 등과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2050년까지의 중장기 연구개발(R&D) 전략 수립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에너지(37%) 및 산업(36%)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한다는 방침으로, 에너지 공급·수요 내 주요 업종별로 16개 작업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분야별 배출 현황 및 매커니즘을 분석하고, 핵심 감축기술을 도입하는 등 단계별 기술확보 일정을 제시할 예정이다. 필요시 해외기술 도입 등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방안도 검토한다.

산업부는 올 3분기까지 전략 수립을 완료하고, 다배출 업종의 핵심기술을 중심으로 대규모 R&D 사업을 신설하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도 연내 신청할 계획이다.

박진규 산업부 차관은 "탄소중립은 민관이 모든 힘을 합쳐 달성해야 하는 힘겨운 도전의 길"이라며 "수립 과정에서 주력산업들이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산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가동중인 한 공장/사진=픽사베이



그러나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바른사회시민회의 Meet 콘서트'에서 "탄소중립은 탄소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만들어 순배출을 0으로 한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화석에너지를 주요 사용하는 부분 등 에너지를 전기로 대체해야 한다"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배제한 채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우려했다.

손 교수는 "새로운 기술 적용 등 본격적인 변화가 오기도 전에 원전 등 기존의 에너지를 붕괴시키는 것은 도시가스가 공급되려면 아직 멀었는데 연탄 아궁이부터 부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에너지통계연보 2020'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최종에너지 소비량(23억1400만toe) 중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에너지가 18억6600만toe(80.6%)로, 전기(4억4800만toe)를 압도했다. 지난해 1~11월 발전량에서도 석탄이 18만675GWh로 가장 많았으며, 원자력(14만5124GWh)·가스(12만9332GWh)가 뒤를 이었다. 재생에너지는 3만4500GWh로 집계됐다.

박주헌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도 "한국의 경우 택지 개발 및 태양광발전소 보급 확대 등으로 산림이 줄고 있기 때문에 연간 이산화탄소 4000만톤 흡수도 힘들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기술 부족 등으로 1000만톤 포집도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이 7억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으로 볼 때 원전 없이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태양광·풍력발전 설비를 현재 13.2GWh에서 450GWh로 35배 이상 늘려야 한다"면서 "이는 국내 총 발전설비 용량의 4배 수준으로, 경우에 따라 잉여전력 관리가 대단히 어려워지는 등 억지스러운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 스스로도 '현재 기술로는 탄소중립이 요원하다'고 말하는 등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같은 플랜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탈원전 정책이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들어섰기 때문 아니냐"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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