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민 기자]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를 제외하고 나머지 완성차들은 그야말로 생사의 갈림길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출 부진 등 경영 상황이 악화되며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와중에 집단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노조까지 발목을 잡아 완성차들을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 지난해 8년만에 적자가 예상되며 임원 감축 등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정상화 안감힘을 쓰고 있으나 노조는 파업 무기를 꺼내들며 사측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생산과 판매를 기록한 르노삼성은 생존을 위해 임원수를 줄이고 전 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노사가 힘을 합쳐 돌파구를 마련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노조는 임단협을 위해 철 없는 이기심을 부리고 있다.
르노삼성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XM3 수출 물량 확보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부산공장의 생산성이 입중돼야 한다. 노조를 이를 역이용해 사측의 아킬레스건인 생산 차질을 볼모로 잡을 심산이다. 원하는대로 임단협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르노삼성 노조가 이번 파업 찬반투표 결과는 반성과 변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노조의 절반 가까이가 이 와중에 무슨 파업을 하느냐라는 지적을 쏟아냈다.
르노삼성의 이번 파업 찬성률은 57%로 역대 최저치다. 지난 2019년 12월에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66%가 찬성했다. XM3 수출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회사의 생존에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노조원들의 자각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차를 반면교사 삼아 회사를 정상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있다"라는 불변의 진리를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쌍용차의 위기도 노조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 11년만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차는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만 사실 정상화 추진에 발목을 잡은 것은 노조 리스크다. 티볼리 등 신차를 통해 정상화 길을 걷고 있던 쌍용차가 완전히 치유가 되기도 전에 무리한 해고자 복직, 순환근무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정상화가 더뎌지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한국지엠도 지난해 코로나19 속 경영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 노조의 15일간 부분파업으로 8만여대의 생산손실을 입어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지속적인 노사 갈등이 결국 경영난의 단초가 되거나 불을 붙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완성차 맏형 현대차그룹도 강성노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가 전기차 등 미래차 전략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까 우려된다. 기아차는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애플이 우려하는 것은 현대차와 기아에 깊에 뿌리내린 노조 리스크다.
현재 협상은 잘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비단 애플과의 협력 뿐만 아니라 전기차, 자율주행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해야 하는 미래차 전략이 자칫 노조 리스크 때문에 좌절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완성차 노조는 당장의 이익을 위해 집단이기주의에 빠져있을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로 선진적인 노조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회사의 위기는 곧 노조의 위기라는 공동체 의식 속에서 합리적인 노사 문화를 만들기 위해 더 이상 몽니를 부려서는 안 된다.
[미디어펜=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