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공수처 1호 사건은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1호 대상을 선택하거나 수사할 때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고 사실과 법에 입각하겠다.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수사할 수 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달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1호 수사대상에 대해 언급한 말이다.
1호 수사대상 선정의 첫번째 변수는 시간이다.
현재 공수처는 지난 4일 마감한 공수처 검사 원서접수 이후 인사위원회 구성에 들어갔다. 공수처 검사 임용은 인사위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월 21일 취임식을 갖고 있다. /사진=공수처 제공
인사위는 공수처 처장·차장을 비롯해 여야 추천 위원 각 2명·처장 위촉 위원 1명 등 7명으로 구성되는데, 오는 16일까지 국민의힘이 인사위원 2명을 추천하면 나머지 위원 1명을 김진욱 처장이 결정할 방침이다.
원서접수 결과 23명 모집에 총 233명이 지원했다. 지원자가 많아 면접을 이달 끝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김 처장은 10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1호 사건 수사는) 4월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빨라야 두달 뒤에 정해질 공수처 1호 수사대상은 법조계 초유의 관심사다.
어떤 사건으로 선정하든 여론이 나뉘어질 것이고 또다른 논란이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나 경찰이 기존 다루던 사건을 이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는 사건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처장은 신중한 입장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는게 옳다"고 언급하자, 이에 "아직 수사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 간 중복수사, 이첩 세부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8일 취재진과 만나 "어떤 사건인지에 따라 (1호 수사대상 공개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며 "필요하면 공보해야겠지만 알리지 않고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법조계는 이와 관련해 공수처법 24조 1항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법조항은 '처장이 수사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추어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수사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추어'라는 이첩 기준이다. 헌법재판소 또한 이에 대해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도 이 논란을 알고 있기에 이첩 세부 규정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이첩 규정도 그렇지만 수사 규칙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김 처장은 지난 8일 공수처 수사 규칙과 관련해 "이달 중 마무리할 것"이라며 "정해지면 그대로 적용해야 해 서두를 일은 아니고 수사팀 구성 전에만 완성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법조계가 주목하는 공수처 1호 수사대상 후보군은 여러가지다.
우선 최근 불거진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 및 직권남용 사건,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용구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윤석열 검찰총장 의혹, 월성 1호기 원전 조기폐쇄,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이 주목 받고 있다.
김 처장은 이와 관련해 몇 가지 힌트를 언급한 상태다.
김 처장은 지난 10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날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법원에서 판단한 사안"이라며 "항소 절차가 진행될 것이어서 우리(공수처)하고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직권남용죄와 관련해 "그 기준이 세밀하게 정립되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이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 및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공수처 수사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일부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월성 원전 사건도 가능성은 반반이다.
김 처장은 지난달 21일 취임식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고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함으로써 공정한 수사를 실천해야 할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수사·기소라야 국민 신뢰를 얻는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이 언급한대로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하면서 공정 수사를 실천할지 주목된다. 지난 수십년간 여러 파문에 휩싸였던 검찰과 달리 공수처가 정치 권력과 무관하게 투명하고 엄정한 형사사법기관으로 자리매김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