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LG전자가모바일 사업 정리를 예고해 롤러블 스마트폰 출시가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아울러 롤러블 TV마저 후속작이 나오지 않아 LG전자의 롤러블 제품군은 명맥이 끊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LG 롤러블 /사진=LG전자 제공
15일 전기·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롤러블 스마트폰을 선보이겠다고 했으나 관련 프로젝트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동시에 전략 스마트폰 '레인보우' 역시 출시가 불투명해졌다는 전언이다.
LG전자가 롤러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를 맡을 것으로 보였던 BOE에 관련 제품 생산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나온 상황. 때문에 스마트폰 전 라인업에 대한 개발이 잠정 중단된 것으로 관측된다.
안드로이드 개발자 홈페이지에 올라온 'LG 롤러블' 에뮬레이터./사진=LG전자 제공
롤러블 스마트폰은 LG전자가 직접 전용 에뮬레이터까지 공개해 개발자들의 관심을 끄는 등 기대작으로 꼽혔다. CES 2021에서는 'LG 롤러블'이라는 공식 명칭을 언급하며 티저 영상을 공개하는 등 대대적인 출시를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23분기 연속 5조원대 적자를 내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권봉석 LG전자 CEO의 사내 이메일이 공개되자 MC사업본부 구조조정이 공식화 됐고, 롤러블폰 프로젝트 또한 그대로 멈췄다.
롤러블 사업의 위기는 MC사업본부 스마트폰에서 그치지 않고 HE사업본부 TV에까지 이른다.
LG전자는 2019년 1월 롤러블 TV를 공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지난해 10월 시판돼 관련 시장 게임 체인저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불러모았다. 하지만 출시 5개월차인 현재까지도 판매량이 10대도 채 안 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술력 과시용에 불과하게 됐다는 평을 면치 못하게 됐다.
솟아오르는 LG전자 롤러블 TV 디스플레이./사진=LG전자 유튜브 캡처
소비자들이 롤러블 TV를 외면한 이유로는 우선 65인치 단일 크기 치고 비싼 판매가(1억원)가 꼽힌다. 1억~2억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대형 TV를 향한 수요는 70~100인치에 쏠려있다. 아울러 벽면 전부를 디스플레이로 채우는 마이크로 LED TV에 큰 관심이 모아진다는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돌돌 말리는 TV라는 점만 빼면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는데 충분히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더 큰 화면을 탑재한 롤러블 TV 양산이 힘들고, 낮은 수율과 높은 생산 원가로 후속 모델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이유로 LG전자 '시그니처 올레드 R'은 처음이자 마지막 롤러블 TV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스마트폰과 TV 사업에서 롤러블 제품 출시가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또한 일각에서는 LG전자가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고 신기해 할 법한 기능들에만 치중한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스마트폰 '벨벳'을 50만~60만원대 중저가로, G9을 80만~90만원대 플래그십 제품으로 내놨다면 어땠겠느냐"며 가격 정책을 지적했다. 그는 "전사적 역량을 모아 롤러블 스마트폰을 1년 먼저 공개하고 시장에 공개해 경쟁사들 대비 시장 선점 필요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듀얼 스크린을 마케팅 포인트로 한 스마트폰 '윙' 또한 한정판으로 출시해 일부 소비층에게 소구하고 V60에도 신경 썼더라면 사업부 정리와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롤러블 TV 역시 첫 제품은 한정판으로 선보이고 납득할만한 가격에 더 큰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후속작을 내보였다면 LG전자가 체면을 구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말려들어가는 LG전자 롤러블 TV 디스플레이./사진=LG전자 유튜브 캡처
한편 여의도 증권가는 LG전자가 올해 1분기에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거둘 것이나 HE사업본부 영업이익은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당 분기 LG전자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17조6708억원으로 전망한다"며 "영업이익은 1조18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 늘어난 3조8811억원으로 추정된다"며 "OLED TV의 판매 호조 덕이나 수익성은 LCD 패널 가격 상승으로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