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최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1년에 큰 사건의 경우 3~4건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해 화제다.
공수처 실정상 수사 가능한 사건 수가 많지 않아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사건 규칙 제정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건 규칙은 수사 대상 선별 및 이첩 기준인 이상, 정치권 외압과 무관하게 사건 수사의 공정성과 공수처의 독립성을 담보하는 룰이기도 하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25일 관훈포럼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어느 정도의 안을 밝혔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김 처장은 사건 이첩 기준에 대해 "수사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을 보고 공수처장이 가져오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보는 경우"라며 원론적인 언급에 그치면서, 사건 선정 기준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지 않을 사건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가 초기 단계든 끝날 무렵이든 기존 수사기관이 결론을 내놓는 것이 '공정성 논란'이 있을 경우 해당 사건을 공수처가 가져와야 한다는 취지"라며 공수처법 24조를 해석했다. 이 언급대로라면 공수처는 수사 진행 정도보다는 공정성 시비 유무를 더 중요한 이첩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처장은 이날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을 해서 중립성 논란을 자초해선 안 된다"며 "다만 정의의 요청, 명백한 혐의와 증거가 있을 경우에는 선거 이후로 모든 수사를 미루는 것이 옳은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정치권에 큰 영향을 끼칠 만한 선거 사건을 가급적 선거 뒤로 미루겠지만, 그것도 경우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인사가 만사인 점을 고려해 공수처의 수사 인력 여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팀제로 수사하면 수사능력도 충분히 보완될 것"이라며 "소속 부와 관계없이 유연하고 자유롭게 역할과 사건에 따라 팀을 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건 공보와 관련해 김 처장은 "수사 보도 수준을 국민 합의로 정할 시기가 됐다"며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중간 접점을 찾아야 한다"면서 말을 아꼈다.
지난 26일 기준으로 공수처는 총 361건의 사건을 수리했고, 공소시효가 임박한 6건은 대검찰청에 이첩했다. 다만 무슨 사건을 이첩했는지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방청에 근무하는 한 현직 부장검사는 본보 취재에 "규칙을 세운다 해도 결국 이를 수행하는건 사람"이라며 "법과 원칙을 강조해도 규칙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공수처 검사들의 성향과 선택에 따라 무엇을 수사할 것이냐가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AI가 무작위로 선정해 던져주지 않는 이상, 사람의 주관과 선입견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말그대로 몇백건의 수사 대상이 널려있는데 그 중 3~4건 만을 할 수 있는게 실제 여건이다.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사건 이첩 기준이어야 뒷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공수처가 진짜로 자신들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입증하려면 현재 기준 '살아있는 권력'의 사건부터 다루어야 그 진정성을 보일 수 있다"며 "세간의 관심인 공수처 1호 수사대상, 김진욱 처장이 선택하기 녹록치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수처는 이첩 규정 등을 담은 사건사무규칙 초안을 3월 말이나 4월 초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공수처가 사건 규칙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주목된다. 정치적 외압에도 끄덕없는, 철저히 공정하고 독립적인 형사사법기관으로 거듭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