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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특집] 이야기가 있는 걷기 : 행주나루길

2021-03-01 08:49 | 윤광원 취재본부장 | gwyoun1713@naver.com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평화누리길’ 4코스는 행주나루길이다.

임진왜란 당시 3대 전승지 중 하나였던 행주산성(幸州山城)에서 시작, 지금도 어선들이 들고 나는 행주나루터 위에 있는 행주대교와 김포대교 밑을 지나는 한강변을 따라가다가, 자유로 옆을 지나 최근에 개방된 민간인 통제구역 구간을 통과, 일산호수공원에 이르는 11km 길이의 트래킹 코스다.

하지만 필자는 한강변 구간을 더 늘려, 평소 로망이던 장항습지(獐項濕地)를 가기로 했다.

장항습지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신평동, 일산동구 장항동, 일산서구 송포동에 걸쳐 있는 한강 하구의 습지다. 우리나라 4대강 중 유일하게 하굿둑이 없는 자연하구로, 강과 바다가 자연 상태 그대로 만나는 생태계의 보고(寶庫)’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습지다.

이 곳을 거쳐 일산대교 근처에서 킨텍스로 돌아, 일산호수공원으로 가는 길이다.

행주산성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일대는 의병과 3.1만세운동 등 선조들의 호국의 얼이 서린 곳이며, 한강하구의 철책이 이어지는 분단의 아픔과 통일에 대한 염원이 어린 곳이다.

필자는 이 코스를 호국(護國) 평화의 길이라 명명하고 싶다.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인쇄했던 애국지사 장효근 선생 생가(고양 행주산성 입구) [사진=미디어펜]


행주산성에 가려면, 전철로는 경의중앙선 능곡역이 가장 가깝다. 능곡역 1번 출구로 나왔다.

우측 도로를 따라 가다가 사거리에서 우회전, 왼쪽으로 휘어지는 길을 계속 직진한다. 얼마 후 고가도로 난간에 ‘Welcome to 행주산성이라 써 붙여놓은 것이 보인다. 산성까지는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길이다.

산성 입구에 이르자, 해병대 행주도강 전첩비(海兵隊 幸州渡江 戰諜碑)가 우뚝하다.

이 비석은 한국전쟁 당시인 1950920, 한미연합 해병대가 한강을 건너 행주산성인 ‘125고지를 점령, 929일 서울수복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을 기리는 현충(顯忠) 시설이다. 높이 8미터짜리 2개의 삼각형 비인데, 양국 해병대의 연합작전과 투혼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 앞에는 고양지역의 독립운동가 장효근(張孝根) 선생의 생가가 있다.

선생은 호가 동암으로, 1910년 국권침탈 이후 천도교 산하 인쇄소인 보성사에 입사했다. 3.1만세운동 당시, 보상사 사장이던 이종일(李鍾一) 선생과 함께 독립선언서 21000매를 인쇄, 전국에 배포한 혐의로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이후 행주지역에서 동학사상과 독립정신을 가르치는, 민족교육에 매진했다. 선생이 30년간 쓴 동암일기는 민중운동의 귀중한 자료로, 독립기념관에 전시됐다.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그 너머 대첩문(大捷門) 오른쪽에 행주나루길 입구가 있다.

도로를 따라 조금 가면, 왼쪽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멋진 길이다. 이윽고 크지 않은 주차장이 보인다. 바로 행주산성역사공원이다.

교차로 가운데 큰 비석이 있다. 추강 남효온(南孝溫) 시비란다.

추강 선생은 조선 전기 대학자 김종직의 문인이며, 생육신(生六臣)의 한 사람이다. 단종을 살해한 세력들이 군림하는 조정에 출사하는 것을 거부하고, 절의를 지키며 평생을 보냈다.

건너편에는 석주 권필(權韠) 시비가 서있다.

석주 선생은 한국의 한시사(漢詩史)에 우뚝한 시인이라고 한다. 임진왜란과 당쟁의 혼란 속에서, 벼슬길을 마다하고 평생 붓과 시를 벗하며 살았다. 고양시 상석동에 묘가 있으며, 우암 송시열이 묘갈명을 지었을 정도로, 명망 높은 강직한 선비이자 시인이라는 평이다.

그 옆은 바로 한강인데, 강변 2층 군용초소는 전망대로 사용되고 있다. 그 앞에는 고양지역의 역사를 말해주는, 안내판들이 즐비하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고양 가와지(家瓦址) 볍씨.

고양시 대화동 가와지 마을에서 1991년 출토된 볍씨는 무려 5000년 전 신석기시대의 것으로, 한반도 최초의 재배 볍씨라고 알려져 있다.

또 과거 행주마을 풍경을 담은 그림 행호관어도와 행주산성, 한강하구를 지키던 군 철책, 권율 장군을 기리기 위한 행주서원과 한옥성당(韓屋聖堂)에 대한 안내문이 있다.

전국 유일 배 위 만세운동 ‘행주 선상(船上) 3.1만세운동 유적지’ 안내판 [사진=미디어펜]


오른쪽에 또 인상적인 안내판이 보인다. 전국에서 유일한 배 위 만세운동, 행주나루 선상 3.1만세운동 이야기다.

1919311일 행주리 주민들이 행주산성 정상인 덕양산(德陽山)에 모여, 등불을 올리고 야간 만세운동을 벌였다. 일본경찰이 쫓아오자, 행주대첩을 거론하며 조롱했다. 또 한강에 배를 띄우고, 그 위에서 만세를 불렀다. 28일에도 500여명이 만세를 외치다 38명이 체포됐다.

2층 전망대에 오르니, 한강 조망이 시원하다. 전방에 가로놓인 다리가 행주대교다.

오른쪽에 또 시비가 있다. 석탄 이신의(李愼儀) 시비다.

석탄 선생은 문봉서원에 제향된 고양 8의 한 사람이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권율 장군을 도와 행주대첩을 일궜고, 광해군의 폭정에 항의하다 귀양살이를 하면서, 석탄금(거문고)를 연주하며 사우가(四友歌)를 남겼다. 고양시 홍도동에 묘소와 생가, 신도비, 전시관이 있다.

시비에는 선생의 사우가가 새겨져 있다. 소나무, 국화, 매화, 대나무를 예찬한 시다.

행주대교 방향으로 강변을 따라간다.

오른쪽에 행주대첩 당시 조선군의 전투장면을 재현한 조형물이 나타난다. 칼을 휘두르며 독전하는 장수, 활을 쏘는 병사들, 돌을 던지는 백성, ‘행주치마로 돌을 나르는 아낙네들이다.

드넓은 강변 고수부지에는 옛 나룻배도 있고, 드넓은 갈대밭이 펼쳐진다.

행주 선상(船上) 3.1만세운동 유적지안내판도 보인다.

드디어 행주대교 밑에 도착했다. 여기가 바로 행주나루터인데, 지금도 사용된다. 한강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이 정박하는 곳이다. 다리 밑에는 그물과 통발 등 어구가 잔뜩 쌓여있고, 그 너머에는 어선(漁船) 2척이 한가롭다.

강변엔 버드나무가 즐비하고, 곳곳에 전망 정자가 있다. 군데군데 흰 눈이 조금씩 남아 있다.

어느 새 김포대교다. 강변을 떠나 다리 옆으로 돌아가는 평화누리길 왼쪽으로, 철책이 시작된다. 철책에는 'Wish for Peacs'라고 써 붙여 놓았다.

바로 오른쪽은 자유로(自由路).

철책 너머로 놀랄만한 모습이 펼쳐졌다. 바닷물이 들고 나는 골짜기 물길인 갯골이다.

이제 진짜 한강하구다.

얼마 더 가니, 강변길은 끊어지고 자유로를 밑으로 통과할 수 있는 통로가 나타난다. 여기가 신평초소다.

신평초소는 얼마 전까지 군인들만 통행할 수 있었으나, 이젠 누구나 마음대로 다닌다.

특히 이 곳은 한반도의 사계를 담은 벽화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홍익벽화가 제작한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라는 작품으로, 한라산 백록담에서 백두산 천지까지 한반도의 사계와 사람들, 모든 동식물들을 벽화로 담아냈다.

평화누리길은 여기서 한강 반대쪽으로 가다가 좌회전, 일산호수공원으로 바로 가게 돼 있다. 하지만 자유로를 넘나들며 한강변 자전거 길을 계속 따라간다. 장항습지가 멀지 않다.

오른쪽 아래 장항천(獐項川)물 반 얼음 반이다.

굴다리를 통해 자유로 양쪽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마침내 장항습지 탐방지원센터.

이 곳은 국가지정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으로 재두루미, 저어새, 개리 등 멸종위기(滅種危機) 종을 포함, 물새 약 2만여 마리가 도래.서식하고 있어, ‘람사르 습지등록이 추진 중이다.

그러나 아뿔싸! 조류인플루엔자(AI)가 한창이어서, 철새도래지인 습지는 출입금지였다. 탐방지원센터도 문을 닫았다. 미리 알아보지 못한 불찰이다.

평소에도 이곳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평일 오후 1시와 3시만 입장되며 주말은 불가.

다시 자유로 옆 자전거 길을 따라간다.

태양광발전 단지와 꽃보다 딸기시설하우스 앞을 지나, 길은 조금 내륙으로 방향을 튼다, 오른편 들판 너머, 일산(一山) 신도시의 고층건물들이 우뚝하다.

드디어 장항천과 한류천 합류지점이다. 왼쪽에 이 한강과 합류하는 수문이 보인다. 하천의 반쯤은 얼음에 덮여 있다.

이젠 한류천을 따라 일산시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곳 한강변은 일산이 아닌 이산포(二山浦). 오른쪽 낮은 언덕은 멱절산인데, 이 곳에 있던 절 이름에서 유래했다. 인근 한강변의 다른 산과 합쳐 이산포라 불렸다.

이 멱절산에 한성백제(漢城百濟)의 토성 유적이 있다. 3세기 처음 쌓은, 경기도기념물 제195호인 멱절산 유적은 고양시에서 처음 발굴된 백제유적으로, 한강을 통해 백제가 중국과 교역했던 물길을 통제하던, 서울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에 이은 한성백제 3대 유적지의 하나다.

한류천 오른쪽으로 다른 소하천과 만나는 지점에는, 겨울 철새들이 한가롭게 노닌다.

한류천을 건너면, 바로 킨텍스.

킨텍스 캠핑장과 수변공원,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지나 좌화전, 도로를 따라 직진하다가 3번째 사거리에서 우회전한다. ‘홈플러스앞이다.

조금 후 일산호수공원 가로수길이 나오고, 그 너머가 바로 호수공원(湖水公園)이다.

가까운 지하철 3호선 주엽역으로 향한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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