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이 경쟁사들과 다른 ‘사각형’ 형태의 제품으로 즉석밥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성공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2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하림 즉석밥 ‘순밥(순수한 밥)’은 사각형 용기와 무(無) 첨가물 두 가지를 내세워 경쟁사와 차별화하고 있다.
하림이 사각형 용기를 채택한 것은, 단순히 소비자 눈에 띄기 쉽다는 것 외에도 자체 기술 역량의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6년 한밭대학교 산업대학원에서 발표한 ‘한·일 즉석밥 패키지 디자인 비교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둥근 밥공기를 모티브로 해 식사대용 즉석밥 용도를 강조한 반면, 일본의 경우 벤또(일본식 도시락)를 기본으로 한 야외식 형태를 띠고 있다. 하림 순밥은 일본식과 같은 사각형이다.
하림 순밥의 제조사는 HS푸드다. 하림그룹은 2016년 경쟁력 있는 쌀가공 제품 생산을 위해 일본 쌀가공전문기업인 신메이(神明)홀딩스와 공동출자해 신규법인 HS푸드를 설립했다. 이후 400억 원을 추가로 출자해 HS푸드 지분율을 93.48%까지 끌어올리긴 했지만, 신메이홀딩스 보유분 6%도 여전히 유효하다. 신메이홀딩스도 일본 현지에서는 사각형 용기로 즉석밥을 만든다.
국내 즉석밥 시장 제조사들은 모두 원형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 70% 수준으로 압도적 1위인 CJ제일제당도 햇반 출시 초기인 1990년대 후반까지만 사각 모양 용기를 사용했다.
CJ제일제당이 용기를 바꾼 이유는 전자레인지 마이크로파가 즉석밥 전면에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사각보다 대칭 형태의 동그란 용기여야 사방에서 오는 열이 고르게 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각 용기를 쓴 곳은 과거 일본 품종 쌀인 ‘고시히카리’로 만든 제품을 출시했던 농심 정도였다.
하림 순밥은 용기 모양만 다를 뿐 내용물은 210g으로 타사 제품들과 같다. 하지만 판매가는 가장 비싸다. 쌀과 물외에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았다며 고급화 마케팅에 나섰다.
하림에 따르면 순밥은 반도체 공장 수준의 클린룸(클래스 100, NASA 기준)에서 가수(물 붓기)와 취반(밥 짓기), 실링(포장하기)을 한다. 차별화된 뜸들이기 등 최첨단 공정을 도입해 밥맛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왼쪽부터) 하림 순밥, 오뚜기밥, CJ제일제당 햇반./사진=HS푸드 공식 유튜브
CJ제일제당 햇반에는 국산 맵쌀 99.9%와 함께 밥의 맛·향을 유지하기 위한 ‘쌀미강추출물’이 들어간다. 미강추출물은 쌀겨 성분으로, 식품원료에 해당한다.
오뚜기밥에는 국산 쌀과 함께 밥의 맛·향을 유지하기 위한 ‘산도조절제’가 들어간다. 산도조절제는 식품 보존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식품 첨가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범위 내에서 사용한다면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하림에서 순밥에만 첨가물을 넣지 않았다고 하니, 마치 다른 제품에는 해로운 물질이 들어간 것처럼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다”며 “후발주자의 노이즈마케팅”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각형 용기 때문에 하림 순밥은 양이 더 많아 보이는 효과도 있다”며 “각 사마다 제조법이 조금씩 다른 만큼, 하림 순밥의 시장안착은 철저히 소비자 입맛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즉석밥 시장 규모는 약 4400억원으로 추산됐다. 전년보다 300억원 이상 늘어났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