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국가가 국가폭력의 역사를 더욱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겠다”며 “유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드릴 수 있기를 바라며, 국민과 함께 4.3영령들의 안식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오전10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73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과 2020년에 이어 재임 중 세 번째로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1.4.3./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오늘 4.3특별법의 개정을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매우 다행”이라며 “추가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명예회복,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 지원 방안을 담았다. 특별법 개정으로 이제 4.3은 자기 모습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특별법 개정으로 1948년과 1949년 당시 군법회의로 수형인이 되었던 2530분이 일괄 재심으로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열렸다. 이미 2019년과 작년 두 차례의 재심을 통해 생존 군법회의 수형인 25분이 무죄선고를 받고 70년 세월 덧씌워진 굴레를 벗었다. 지난 16일엔 행방불명 수형인 330분과 일반재판 생존 수형인 2분이 재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무엇으로도 지나간 설움을 다 풀어낼 수 없겠지만 정부는 추가 진상조사는 물론 수형인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 배상과 보상에 있어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지금도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지 못해 애태우는 유가족이 많다. 지금까지 유해로 돌아오신 408분 중 275분이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유해발굴사업과 함께 유전자 감식을 지원해 반드시 고인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1.4.3./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4.3이 도달해야 할 길은 아직도 멀리 있다. 비어있는 비석에 어떤 이름이 새겨질지 모르지만 밝혀진 진실은 통합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고, 되찾은 명예는 우리를 더 큰 화합과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이끌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마침내 제주에 완전한 봄이 올 때까지 우리 모두 서로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자”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2년 연속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올 2월에 유가족 및 제주도민의 오랜 여망을 담은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된 역사적 의의를 온 국민들과 함께 되새기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2021.4.3./사진=청와대
또한 이번 추념식에는 사상 최초로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참석했다. 국방부 차관과 경찰청장이 2019년 광화문 시민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유감을 표명한 일은 있었으나 군경 최고 책임자가 정부에서 주관하는 공식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는 두 사람의 참석은 공권력 집행기관의 책임자로서 4.3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 해결’을 향한 의지로 평가했다. 이번 추념식에는 여야 4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