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넷플릭스가 지난해 국내 매출 4000억원을 넘기며 영업이익을 내는 가운데 국내 OTT 업계는 영업적자를 내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154억5000만원, 영업이익 88억2000만원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123.5%, 295% 상승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427% 늘어난 63억원으로 집계됐다.
넷플릭스 주 수입원은 회원들의 월단위 요금이다. 구독료 수익은 지난해 3988억원. 지난해 말 국내 유료 구독 가구수는 380만이나 계정을 돌려쓰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이용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넷플릭스 측은 한국 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5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국내에서 낸 매출보다 더 큰 돈을 쓰는 셈이다.
웨이브나 왓챠 등 국내 OTT 업계도 지난해 코로나19 덕에 크게 신장했다. 그러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따른 적자 행보는 계속됐다.
웨이브 운영사 콘텐츠웨이브는 지난해 실적이 더욱 악화됐다. 매출액 1802억원, 영업손실 16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85% 가량 올랐지만 영업손실은 30억원가량 커졌다. 당기순손실도 311억원으로 1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왓챠는 전년 매출액 380억원, 영업손실은 155억원으로 확인됐다. 매출은 전년보다 72% 가량 올랐고 영업손실은 15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44억원으로 21억원 가량 줄었다.
티빙은 지난해 4분기 155억원의 매출을 냈다. 영업손실·당기순손실은 61억원, 45억원이었다.
국내 OTT 업계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비용이 늘어나 적자를 냈다는 입장이나 글로벌 OTT 공룡 넷플릭스의 '머니 게임'에는 당해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어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까지 국내 상륙한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어 당분간 OTT 업계 쩐의 전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내 경쟁자들만 적수가 아니다. 국내 OTT 업계는 정부 부처 간 규제 권한 싸움 탓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통해 OTT 산업에 대해 최소 규제와 대형화 촉진 원칙을 천명했다. 콘텐츠·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1조원 이상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OTT 등 신유형 콘텐츠 투자를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이 같은 대원칙이 무색하게도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는 각각 OTT에 대한 법적 지위를 규정하고자 한다.
방통위는 기존 방송 서비스와 OTT를 총괄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를 다루지 못하는 현행 방송법 대신 새 가이드 라인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다. 방통위는 이를 통해 OTT의 법적 정의를 고심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OTT 사업자들에게 이용자 보호 책무 또는 기금 부담이 생길지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OTT를 '특수 유형 부가통신역무'로, OTT사업자를 '특수 유형 부가통신사업자'로 정의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과기정통부는 OTT의 명확한 법적 지위 명시를 통해 영화·방송 등 콘텐츠 제작에 대해 이뤄지는 세액공제 등 정책 지원을 OTT 사업자에게도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OTT 영상물 등급을 사전심의 아닌 사업자 자체 분류로 매길 수 있는 '자율등급제' 도입 차원에서 영화·비디오물진흥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정부 부처들이 규제 권한을 갖겠다며 OTT 법안을 추진하는 동안 범정부 OTT 정책협의체의 역할에 대해서는 업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차 회의 이후 관련 부처가 규제 권한을 두고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최근 당국은 2차 회의도 비공개로 진행했으나 역시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각 부처 관계자들은 담당 영역들이 서로 겹치는 건 맞으나 '주도권 다툼' 등의 비난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OTT 업계에서는 규제 당국 간 권한 싸움이 이어지는 모습에 기운 빠진다는 입장이다. 부처 간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탓에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OTT 기업들과의 역차별 문제 해소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디어 주권상실의 위기'라며 규제 당국들이 'K-OTT'를 발전시킬 방안을 주안점으로 두고 대승적인 합의를 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