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씨티은행 소매금융 누가 가져갈까…지방금융권 '인수 회의론' 부상

2021-04-20 11:48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미국 씨티그룹의 결정에 따라 소매금융을 정리할 방침인 가운데, 소매금융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누가 인수할 지를 두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방을 허브로 두고 수도권에서 외연을 확장하려는 지방금융권이 씨티은행 매물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방금융권이 수도권에서 개인고객 업무보다 기업금융(IB)에 사활을 거는 만큼 인수 매물로 탐탁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미국 씨티그룹의 결정에 따라 소매금융을 정리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본사 결정에 따라 소매금융을 정리하고 기관 대상 금융업무와 기업금융(IB)에 역량을 강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씨티은행은 “이사회와 충분한 시간을 가진 후 고객과 임직원 등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힌 상태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기준 임직원 3500명, 국내 점포수 43개를 영위하고 있다. 이 중 소매금융에 임직원 939명이 일하고 있고, 36개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수도권 점포수는 서울 20개, 인천 2개, 경기도 8개 등 30개다. 시중은행에 견줘 점포수가 많지 않고 조직이 비대하지 않은 만큼 수도권 진출을 노리는 지방금융권으로선 시장매물로서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업계 평가가 긍정적인 것 만은 아니다. 우선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 등 지방은행들이 수도권에서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하기보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금융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소매금융에 견줘 상대적으로 점포와 임직원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인수 시너지는 크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다. 

그런가하면 수도권지역에서 소매금융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가정해도 5대 시중은행과 겨루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여‧수신 상품경쟁력을 놓고 볼 때 우대금리 혜택이나 조건 등이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지방은행인 터라 대중적이지 않은 게 원인으로 꼽힌다. 지방은행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만큼 대규모 투자에 섣불리 나서지 못할 거라는 평가다.

또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은행 방문에 맹목적이던 고객들도 비대면업무에 꽤 면역을 갖췄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모바일뱅킹이 일상화된 데 따른 현상이다. 

비대면·디지털화 여파로 점포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 점포수는 6405개로 1년 전 대비 304개 감소했다. 2017년 312개의 점포가 정리된 후 최다 기록으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광역시를 포함한 대도시권의 감소규모가 251개에 달했다. 시중은행을 합산한 수치이지만 대도시 지점영업이 운영비용 대비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 인터넷은행이 일부 지방은행보다 많은 수신잔액을 기록한 것도 우려사항이다. 점포가 없지만 높은 수신금리와 편리함 등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수와 수신잔고를 불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 

얼마 전 은행연합회도 은행계열 금융지주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은행 추가 설립을 위한 수요조사를 벌였다. 지주사들이 치킨게임 우려에도 불구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던 걸 고려할 때 지점확장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모바일뱅킹의 위세에 인터넷뱅킹마저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며 “씨티은행이 오랜 역사와 자산관리(WM) 사업 등 일부 소매금융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수도권에서 기업금융을 주력하는 지방금융권으로선 인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