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삼성전자가 최근 심각한 부족현상을 보이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생산 기업 NXP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사진=NXP
26일 전기·전자 업계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1위 기업 NXP를 인수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최윤호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년 내 의미 있는 인수·합병(M&A)가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때문에 관련 작업과 논의가 상당 부분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이어진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5G 장비나 스마트폰 등에 비해 수익률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삼성전자가 본격 관련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움직임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NXP 인수에 삼성전자가 한화 약 61조4500억원 가량을 써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18년 퀄컴이 한화 약 49조9000억원을 제시한 금액보다도 12조원 가량 많은 금액이다. 삼성전자가 NXP를 인수할 경우 이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M&A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화 약 9조1200억원이 투입된 하만 M&A의 6.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 삼성전자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제공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올해 오스틴 공장 등에 50조원이 넘는 전방위적 대규모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은 100조원이 넘는 만큼 실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NXP는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인포테인먼트에 강점을 지닌 회사다. 삼성전자도 차량용 AP인 엑시노트 오토를 생산해 독일 아우디에 납품하고 있다. 이 같은 요소를 활용하면 삼성전자와 NXP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자율주행단계가 높아질수록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현재 대비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GM등 전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조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자동차 생산량 조절에 나선 상태다. 또한 최근 백악관은 반도체 화상 회의를 개최해 삼성전자 등에 미국 내 투자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NXP는 애리조나주와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이 있는 텍사스에도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내 일자리와 글로벌 자동차 부품시장 점유 등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아직도 구속 상태인 만큼 대규모 사업 계획 발표를 하기 어렵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이번주 내로 정부에 이 부회장 사면을 정식 건의한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반도체 패권 다툼으로 번진 미·중 무역갈등에서 사령탑의 부재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