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통일부가 26일 코로나19 방역 속에서도 비대면으로 남북 간 영상회담을 할 수 있도록 구축된 ‘남북영상회의실’을 공개하고 시연 행사를 가졌다.
이날 시연 행사는 북측 대신 서울시 삼청동의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와 판문점 평화의집 2층 회담장을 연결하는 영상회의 연결 시스템을 가동했다.
먼저 회담본부 측 대표자가 마이크를 켜고 “제 모습이 잘 보이십니까?”라고 하자 평화의집 측 대표자가 “영상도 잘 나오고 목소리도 깨끗하게 들립니다”라고 답했다. 대표자의 마이크가 꺼지면 회의장 전체 화면이 나오고 다시 한쪽에서 문서를 비추자 상대측에서 “글씨도 또렷하게 잘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남북회담본부 회담장 3층 대회의실에 만들어진 남북영상회의실에는 FULL HD급 카메라 6개, 98인치 대형 LCD 모니터 4개, 영상회의 전용 코텍(CODEC, 복합 변조기), 통합제어 프로그램 등이 설치됐다.
회의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화면엔 마이크를 켜면 양측의 발언자가 나오고 마이크를 끄면 회의장 전체가 나오게 돼있다. 이날 시연은 양측 대표자만 화면에 나오는 모두발언에 이어 한쪽 대표자가 발언하는 동안 상대편 회의장 전체가 나오는 화면, 대표 발언자와 참고 문서가 함께 나오는 화면 등 3가지 형태의 화면 연결이 시행됐다.
김창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본부장이 26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남북회담본부 회담장 출입기자단 앞에서 남북 영상회의 시연을 하고 있다. 이번 영상회의 시연은 남북회담본부와 북한과 통신이 연결된 판문점 평화의집 회의장(영상화면 왼쪽)을 영상으로 연결했다. 2021.4.26./사진=연합뉴스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간에 연결된 전용 광케이블 통신망과 호환성 있는 코덱(복합 변조기)을 사용하면 남북영상회의실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에 남북이 합의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회담을 열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북한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영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관련 경험과 기술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코덱의 호환성만 확보하면 남북 간 영상 연결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즉 남북영상회의실을 가동하려면 남북 간 영상회담 장비는 남북 각자가 구축하고, 코텍은 상호 호환성 있는 장비로 사용하며, 회담 개최 4일 전부터 양측 시스템을 점검해 당일 회담 2시간 전 시스템을 개통하게 된다. 기본적인 회담 운영은 대면 회담과 동일하지만 영접은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는 식이다.
한편, 남북은 지난 2018년 12월 14일 남북 체육 분과 2차회담을 가진 이후 2년 4개월간 회담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의 영상회의실 구축은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비대면 회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남북 영상회의실 구축에는 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통일부는 방역 수준에 따라 회담 절차와 방역 조치, 대표단 인원수를 세분화해 크게 ‘완전 비접촉 회담’ ‘접촉 최소화 회담’ ‘방역 안심존 회담’ 등 세 가지 유형의 회담 방안을 마련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