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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만 늘린 '가계부채 대책' 효과는

2021-04-29 14:34 | 백지현 기자 | bevanila@mediapen.com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정부가 29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가파르게 늘어난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늦추고, 상환능력에 기반한 대출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재의 은행 단위로 적용 중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차주별(40%)로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3년 7월부터 전면 시행할 방침이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원금과 이자)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금융위원회는 29일 금융기관별로 적용 중인 DSR 규제를 차주별로 적용을 강화해 오는 2023년 7월까지 전면 실시한다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올해 5~6%대, 내년엔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4%대로 관리하는 등 점진적인 연착륙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됐지만,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누적될 경우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 2016년 11.6%에서 2019년 4.0%로 줄었으나, 지난해 8.1%로 뛰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금융기관별로 적용 중인 DSR 규제를 차주별로 적용을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현재는 은행별로 DSR 평균치 40%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차주별로는 DSR 40%가 넘는 대출을 받는 사례도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차주별로 DSR 40%가 적용되는 경우는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와 '연 소득 8000만원을 넘는 소득자가 받는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는 경우'다.

정부는 'DSR 규제강화'로 과도한 대출을 막아 가계부채 규모를 줄이겠다는 의도이지만, 상당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소득 불평등이나 자산 불평등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금융규제로 막으려다 생긴 부작용을 또다시 대출규제 강화로 해결하려는 정부 방안에 대해선 아쉬운 목소리가 컸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많은 가계가 불법 사채로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DSR 규제를 차주별로 무작정 강화할 경우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는 아예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없게 된다"며 "특히 생계형 자금, 전월세 자금 등 급전이 필요한 이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불법 고금리 사채 피해 평균 이자율은 400%가 넘었다. 피해를 호소한 사채 거래는 급전대출(4830건)으로 전체(5160건) 피해 사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급전대출 피해자들은 불법 사금융임을 알면서도 사용했다. 이유는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지 못해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가지 정책으로만 가지고선 가계대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기존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문제가 없겠지만, 이번 DSR 규제 강화로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들은 제도권 문턱을 아예 넘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번 규제 외에도 시장원리에 반하는 여러 금융 정책들을 쏟아냄으로써 오히려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차주의 소득이나 재산상태 등 상환능력을 집중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과거보다 나은 정책이지만 가계부채 위험을 관리한다는 부분에선 아쉬움이 크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금융규제로 막는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지만, 여전히 금융대출로 제어하려는 형태가 강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방안에는 비(非)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도 담겼다. 최대 70%까지 허용되던 비주담대의 담보대출비율(LTV)의 대출 조건을 강화한다. 토지거래허가지역 내 신규 비주담대의 경우 LTV를 40%로 적용한다. 다만 농축어업인 등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한다. 이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비주담대를 활용한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사다리 강화를 위해 40년초장기 모기지도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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