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삼성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 상속을 일단락 한 가운데 '삼성생명법'이 강화된 이재용 지배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생명법에 따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대거 처분하게 된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박용진·이용우 의원의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은 삼성생명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상당수 매각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어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린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취득한 계약사의 지분보유액을 취득 당시 가격에서 공정가액(시가)으로 바꾸자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다른 금융사의 지분평가는 시가로 하고 있지만 보험사만 취득가로 평가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작년 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310조원이므로 이 법안에 따르면 3% 즉, 9조3000억원을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8.51%(5억815만7148주)를 보유하고 있다.
취득 당시인 1980년에는 1주당 1072원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30일 삼성전자가 종가 기준 8만1500원으로 크게 올라 41조4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나머지 32조원(지분 6.6%)어치를 처분해야 하는 셈이다.
이렇게 된다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은 2.07%로 떨어진다.
문제는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대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크게 삼성물산에서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고 있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IT계열사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회사가 수직계열화 돼 있는 상황이다.
법안 통과로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에 경영권을 행사하던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 넘기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같은 경우 정거래법에 따라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30%로 높여야 하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추가 매입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마련해야한다. 삼성생명이 매각 차익에 대해 내야 하는 세금 부담도 크다.
업계에선 이같은 상황에 이 부회장이 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의 절반을 상속받은 것을 두고 삼성 일가가 법 통과 가능성을 크지 않다고 보거나 법 개정을 대처 가능한 리스크로 평가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이슈와 보험업법 개정안은 별개의 사안으로 외부에서 중립적인 시각으로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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