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때와 마찬가지로 떠나는 자리에서 역시 '소비자보호'를 강조했다.
윤 원장은 이날 3년간의 금감원장직을 마무리하며 이임사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소비자보호 등을 위한 대안 마련에 전력해야한다"며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난 3년간 금감원이 처했던 금융환경은 마치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매 순간순간 도전의 연속이었다"며 "거친 금융환경 변화 속에서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추구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고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는 실물경제의 위축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파도를 잘 헤쳐 나가 금융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위험관리자로서 크게 보고 멀리 보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여러 작업과 노력에서 부족했던 부분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나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구체적인 성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 처리 △유인부합적 방식 종합검사 부활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 출범 △금융소비자보호처 확대 개편 등을 꼽았다.
그는 "2019년 하반기부터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는 금융발전에서 소비자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부터 시작해 라임과 옵티머스 등 금융사고가 연발하면서 큰 소비자피해를 초래했지만 금감원직원들의 성실한 대응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사모펀드 사태는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젤Ⅲ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도입을 추진해 건전성 규제의 국제적 정합성을 제고했고, 자본시장 부동산 그림자금융 종합관리시스템과 리스크 대쉬보드 구축 등을 통해 시스템 리스크 상시적 대응 역량을 향상하고자 노력했다"며 "이를 통해 미시건전성과 거시건전성 양 측면에서 일정 부분 개선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1년간은 코로나19 위기 중에 자영업자 살리기부터 기업구조조정의 지원 그리고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기반 마련에 이르기까지 실물부문 금융지원과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우리원의 역량을 집중했다"며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디지털 금융혁신의 지원과 기후금융 관련 감독기반 마련을 위해서도 함께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윤 원장은 "'Finance'의 어원인 라틴어 'Finis'는 종결과 부채의 청산 등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마음의 빚을 미처 다 갚지 못하고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며 "향후 금감원이 한국의 금융감독과 금융의 발전을 이끄는 중추적 기관으로 계속 발전할 것을 기원하겠다"고 마무리했다.
다음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이임사 전문이다.
임직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제가 원장으로서 여러분들과 만나는 마지막 날입니다.
설렘과 기쁨으로 시작하여 긴장과 책임감을 오롯이 느끼면서 보낸 하루하루가 쌓여 어느덧 3년이 되었습니다.
그간 학자로서 천착해왔던 금융과 금융규제·감독 이슈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여러분들과 함께 대응할 수 있었기에 즐거웠고 보람되었습니다.
많이 부족한 저이나 훌륭한 임직원 여러분께서 도와주고 채워주신 덕분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어느 정도 추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보험권의 즉시연금 문제를 필두로 2018년 7월에는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발표했고 이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분식회계 문제를 처리했습니다.
아울러, 종합검사를 유인부합적 방식으로 다시 시행했으며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을 출범시켰습니다.
암보험 분쟁 해결 추진 등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는 중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확대 개편하였고 금융소비자보호법 입법 및 시행으로 이어졌습니다.
2019년 하반기부터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는 금융발전에서 소비자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DLF 사태로부터 시작하여 라임과 옵티머스 등 금융사고가 연발하면서 큰 소비자피해를 초래했지만 임직원들의 성실한 대응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사모펀드 사태는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한편, 바젤Ⅲ 및 IFRS17의 도입을 추진하여 건전성 규제의 국제적 정합성을 제고하였으며 자본시장 부동산 그림자금융 종합관리시스템 및 리스크 대쉬보드 구축 등을 통해 시스템 리스크 상시적 대응 역량을 향상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를 통해 미시건전성과 거시건전성 양 측면에서 일정 부분 개선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난 1년간은 코로나19 위기 중에 자영업자 살리기부터 기업구조조정의 지원 그리고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기반 마련에 이르기까지 실물부문 금융지원과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우리원의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아울러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디지털 금융혁신의 지원과 기후금융 관련 감독기반 마련을 위해서도 함께 노력했습니다.
물론 이들 여러 작업과 노력에서 부족했던 부분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나 저는 우리가 열정으로 임했으며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감독업무에 임해 주신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고 여러분의 열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금융감독원 임직원 여러분!
이제 떠나기 전에 여러분과 감독원의 발전을 위해서 몇 가지 당부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국가위험관리자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도록 당부드립니다.
여러분은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국가위험관리자로서 대한민국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의 안녕(安寧)을 책임지고 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야말로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우리나라 금융감독의 최고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전문성을 발휘하여 맡은 바 소임을 다할 때 국가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이루고 금융소비자들은 최고의 금융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로버트 쉴러가 바라보는 금융 즉 '더욱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현실적인 희망'으로서의 금융을 펼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둘째, 소통과 화합을 당부드립니다.
여러분 각자가 훌륭한 인재임은 세상이 아는 사실이나 개개인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모으지 못한다면, 총체적 감독역량은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개개인의 능력을 모으는 일이 쉽지는 않겠으나 각자가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또 그런 방향으로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입니다.
논어 자로편에서 공자는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습니다.
군자는 서로 이해가 다를지라도 조화를 이루어 가나, 소인은 이해가 같을지라도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모두 금감원의 일원으로서 금감원이 지향하는 보다 큰 가치를 위해 소통하고 화합하는 군자의 길을 걷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전문성을 토대로 크게 보고, 또 멀리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시대와 금융의 흐름을 읽는 통찰력을 길러 내시도록 당부드립니다.
지난 3년간 금감원이 처했던 금융환경은 마치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매 순간순간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거친 금융환경 변화 속에서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추구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고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는 실물경제의 위축을 초래하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다가오는 파도를 잘 헤쳐 나가 금융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위험관리자로서 크게 보고 멀리 보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금융에 대한 통찰력을 토대로 흔들림 없이 항해하면서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소비자보호 등을 위한 대안 마련에 전력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임직원 여러분!
지난 3년 동안 저는 이곳 금감원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또 훌륭한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여러분들로부터 크나큰 도움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제 때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여러분 개개인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배려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Finance의 어원인 라틴어 Finis는 종결과 부채의 청산 등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여러분에 대한 빚을, 마음의 빚을 미처 다 갚지 못하고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금감원을 떠난 후에도 여러분을 향한 애정과 관심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습니다.
향후 금감원이 한국의 금융감독과 금융의 발전을 이끄는 중추적 기관으로 계속 발전할 것을 기원하겠습니다.
그 여정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여러분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