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통신사들과 CJ ENM이 콘텐츠 이용료를 놓고 샅바 싸움을 계속 하고 있는 가운데 결국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관련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PTV 업계는 "CJ ENM이 콘텐츠 강자 지위를 남용해 시청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CJ ENM은 제값 받기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IPTV 3사·CJ ENM 로고./사진=각 사
27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최근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유료 방송 사업자들과 콘텐츠 이용료 인상을 골자로 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CJ ENM 측은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인상 폭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나 지난해 대비 25%를 상회하는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유료 방송 회사들에 요구하고 있다는 게 IPTV 업계 주장이다.
CJ ENM은 IPTV가 운영하는 OTT에 대해서는 최소 수백%에서 많게는 1000%를 넘게 올려달라고 하고 있다. 이에 유료 방송 사업자들은 "연간 지상파 수준의 콘텐츠 대가를 지급하고 있음에도 CJ ENM이 콘텐츠 강자 지위를 무기로 과도한 사용료를 요구하며 폭리를 취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CJ ENM의 행위가 중소 PP사들의 프로그램 사용료 축소 피해로 이어진다는 논리와도 궤를 같이 한다. 이와 관련, 지난 24일 한국중소방송채널협회는 대형 PP의 유료 방송 시장 독식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CJ ENM은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률의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며 "대형 PP의 자회사 계열 PP 활용을 제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J ENM 측은 "IPTV 3사가 콘텐츠 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IPTV가 고객들에게서 수취한 기본 채널 수신료 매출과 홈쇼핑 송출 수수료 매출 중 16.7%만이 실시간 채널 공급 대가로 전체 PP에게 분배됐다"고 맞섰다.
지난해 CJ ENM이 유료방송 사업자들로부터 지급 받은 전체 방송 프로그램 제공 매출액은 2210억원으로 관련 시장 규모의 29.2%를 차지하고 있다.
CJ ENM은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블랙아웃'을 경고하고 있다. 이에 한국IPTV방송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CJ ENM의 불공정한 독점적 권리 남용이며 부당한 이유로 유료 방송 가입자의 시청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CJ ENM이 시청자를 볼모로 삼아 유료 방송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CJ ENM은 지난해 LG유플러스와 딜라이브에 공급 중단 공문을 발송한 이력이 있는 만큼 유료 방송 내 CJ ENM 콘텐츠들이 '블랙아웃'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J ENM이 콘텐츠 강자 입장에서 관련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입지를 다진 결과다. 때문에 국내 콘텐츠 생태계 황폐화가 예상되나 CJ ENM은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J ENM이 이와 같은 태도를 고집하는 것은 자사의 티빙을 키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 한다. 올해 2월 CJ ENM은 영업이익이 2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컨센서스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티빙에 앞으로 3년 간 4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과 무관치 않다.
실제 티빙은 지난해 4분기 '경이로운 소문' 등 오리지널 콘텐츠 덕에 유료 가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3%나 늘어나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업계는 CJ ENM이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는 수년 내 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 수준의 글로벌 OTT로 티빙을 육성한다는 목표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평가한다.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는 재원의 뒷받침이 필요하고 제작 재원을 유료방송 사업자에 전가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국IPTV방송협회는 "시청자는 변화하는 시청 환경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 출시를 원하고 있어 이를 가로막는 CJ ENM은 발목잡기식 행태를 즉시 멈추라"고 경고했다. 또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방송 산업은 콘텐츠 사업자와 유료방송 사업자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며 "불공정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CJ ENM 관계자는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요구는 시장 점유율 상승에 따른 채널 영향력·제작비 상승·콘텐츠 투자 규모에 비례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