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반도체 수급난이 심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정상 조업을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지난달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이 정점을 찍으며 공장 가동의 절반가량을 멈춰 새웠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자동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그랜저와 쏘나타를 만드는 아산공장을 24일부터 26일까지 중단시켰다.
아산공장의 생산 중단은 지난 4월 12~13일, 19~20일에 이어 세 번째였다. 이번 생산 중단은 전자제어장치(EUV), 변속기제어장치(TCU) 부족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지엠도 같은 이유로 공장 가동을 50%까지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캔자스주 페어팩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잉거솔, 멕시코 산루이스 포토시에서는 차량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고, 한국의 부평 공장은 생산량을 절반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수급난으로 출고가 늦어지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초 현대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이동 제한 등으로 발생한 자동차 대기수요가 올 상반기 집중됐다가 하반기 보합세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돌발 변수로 작용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올 1분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중국과 인도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6.2%와 42.3%의 고성장을 보이며 전체 성장률은 18.7%를 기록했다. 하지만, 선진 시장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 속도를 보였다.
1분기 미국 자동차 판매는 391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고 같은 기간 유럽에서는 0.9% 증가한 308만1000대가 팔렸다. 수요 회복이 눈에 띄는 수치로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회복세가 반도체 이슈로 반등에 발목이 잡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완성차 업계는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업체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재고를 확보하려 시도 중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반도체 대신 가격이 더 비싼 제품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NXP, 르네사스, 인피니온 등 반도체 업체에 정상가보다 10%가량 높은 가격을 지급해야 신속한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다"며 "5~6월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최대한 반도체 확보에 노력 중이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객 인도일을 맞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리고 있다. 많은 판매량을 보이는 주력 모델에 반도체 투입을 늘려 대기 수요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다.
다만 수요가 적다고 해서 생산 자체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시급한 모델에 반도체 제고를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비주류 모델의 경우 현재 재고 물량도 확보돼 있는 만큼 새롭게 생산해야 되는 물량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또 최상위 풀옵션 모델의 경우에는 일부 기능을 빼고 판매하는 마이너스 옵션을 단행하며 출고기한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아이오닉5의 경우 2열 뒷좌석 전동 슬라이딩 시트와 뒷좌석 승객 알림 등을 포함한 기존 '컴포트 플러스' 트림에서 뒷좌석 승객 알림 사양을 제외한 '컴포트 플러스 Ⅱ' 옵션이 새롭게 마련됐다. 뒷좌석 승객 알림 기능을 제외하면 가격도 5만원 내려간다.
이밖에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네 바퀴 굴림(AWD) △디지털 사이드미러 등을 제외하면 차를 예정된 기일에 인도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기아역시 같은 방식으로 출고기일 맞추기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은 GM의 지원을 받아 가동률을 50%로 낮춰 운영하던 부평 1공장을 이날부터 100% 정상 가동에 들어간다.
이는 수출물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의 수급을 위한 본사차원의 조치다. 미국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수요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트레일블레이저의 물량을 맞춰 반등의 기회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가 공장 가동을 재개했지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상황이 해소된 것이 결코 아니다"며 "상황이 유동적이라 연말까지는 언제라도 정상 가동에 어려움이 재현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