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1987년부터 본격적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정착되지 못한채 표류하고 있다. 1987년 한국의 민주화는 권위주의체제 하에서 국가 주도에서 성장한 시민사회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으로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권위주의정부 하에서의 경제성장은 두터운 중산층을 만들어냈고 넥타이 부대로 상징되는 이 세력이 정치참여를 요구하면서 1987년부터 한국 사회의 민주화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민주화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그들 사이의 균형을 만들어나가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했다.
▲ 지난달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안종범 경제수석이 연말정산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우리 국회는 자유민주주의와 대의제가 “대표없는 과세없다”는 세금과 관련된 정치권력과 시민사회의 갈등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 '연말정산 논란’은 보여주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방식’에서는 국가 운영을 위한 재원이 세금의 형태로 시민사회로부터 조달되고 있고 그 점에서 국가를 대표하고 운영하는 엘리트들은 시민사회의 요구에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전혀 시민사회의 요구와 우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래 국회는 정부의 예산을 면밀하게 심의하여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예산을 깎는 것을 선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어떻게 된 것이지 오히려 국회마저 예산을 더 얹어서 통과시키는 것을 보면 이것은 커다란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한국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포퓰리즘의 병폐를 그대로 보는 주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사회의 요구를 국가발전의 관점에서 고려하지 않을 경우 남는 것은 포퓰리즘 뿐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가와 시민사회는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끊임없이 표류하게 된다. 또한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민주사회에서는 책임의 소재를 찾는 것도 매우 어렵게 되고 만다. 최근 '연말 정산 논란’을 보면 여야 할 것 없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찬성했기 때문에 어느 정당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생겨나고 있다.
민주화 이후 대의제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책임정치가 실현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은 당장 선거를 하더라도 어느 정치세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불분명해지고 만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국가를 대표하고 경영하는 통치세력은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서 국가 발전의 관점에서 시민사회의 요구를 수렴하고 국가와 시민사회의 균형점을 회복해나가는 데 지속적인 정치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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