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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이채원 부사장 "삼성전자, 배당 늘릴 때 아니다"

2015-02-06 10:02 | 김지호 기자 | better502@mediapen.com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삼성전자가 지금 배당을 늘릴 때가 아닙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지분율을 높이는 것이 먼저입니다.”

   
▲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
가치투자의 대가로 ‘한국의 워런 버핏’이라고 불리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에는 배당확대보다 경영권 안정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배당확대는 분명 바람직한 주주친화정책이지만 대주주가 행복하지 않으면 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대주주가 지분의 30~40% 갖고 실적에 따라 전문 경영인을 바꾸는 미국식 지배구조가 이상적”이라면서 “한국기업은 대주주인 오너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고 있어 그동안 배당을 크게 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그룹이 지주사전환을 마쳤지만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아직 지주사 전환을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인 삼성전자와 지주사인 삼성전자 홀딩스로 분할해 삼성전자 홀딩스 지분을 깔끔하게 갖고 있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소 되고 삼성전자의 주식도 그제야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해 이 부사장은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홀딩스에 삼성물산까지 합병된 지주사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이 부사장은 운용 펀드 내 삼성전자 주식을 대부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그가 삼성전자를 처분한 것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있다.

이 부사장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매입한 것은 지난 2010년 10월. 당시 국내외 언론은 ‘하드웨어의 시대가 끝나고 소프트웨어의 시대로 진입해 삼성전자 조만간 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70만원선으로 내려갔고 기관투자자는 삼성전자를 외면했다.

그러나 이 부사장은 ‘하드웨어 없이 소프트웨어도 없다’는 생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다. 마침 삼성전자는 당시 스마트폰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있어 따져볼 것도 없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등락을 거듭하면서 현재 130만원선의 주가를 보이고 있다. 4년여 만에 주가가 2배가량으로 뛴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4분기 다시 5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기는 했지만 2013년 3분기 10조원의 영업이익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들쑥날쑥한 실적은 이 부사장에 투자 매력을 떨어뜨렸다.

그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변동성이 커졌다. 변동성이 없는 기업을 좋아하는데 이제 삼성전자를 이해할 수 없게 됐다”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아직 정리 안됐다는 점도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지배구조가 개편되면 다시 사겠다”고 전했다.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 부사장은 “미국에서는 순환출자를 상상도 할 수 없다. 순환출자가 해소되면 지금과 같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며 “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은 북한의 핵이 아닌 지배구조가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버핏으로 불리는 그지만 한국에서는 버핏이 절대 나올 수 없다고 단언했다. 버핏은 주식투자자라기 보다는 기업을 소유하는 사업가인데 한국 시장의 엄격한 규제는 ‘주식 사업가’의 탄생을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한국에서 어떤 기업이 삼성전자를 인수·합병(M&A) 한다면 정부와 국민이 가만히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기업사냥꾼이 창업자의 피와 땀을 가로챈다고 엄청난 비난과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가지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는 버핏이 나올 수 없다. M&A가 활성화 되는 등 규제가 완화되면 주식이 제값을 받고 대주주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해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욕망과 두려움이라는 인간의 본성이 지속되는 한 가치투자 전략은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시장에서 많은 전략이 나왔다 사라졌지만 가치투자 전략은 여전히 살아있다”며 “1988년도에 입사해 27년 동안 시장을 봤는데 전종목이 비싼 적이 없었다.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저평가된 주식은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워낙 소심해서 돈 잃는 것이 죽는 것만큼 싫다는 이 부사장은 정부가 사기업에만 배당확대를 요구하지 말고 공기업이 먼저 배당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종목 선정은 개인투자자와는 달리 성장성보다는 재무구조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낮다. 선호하는 업종은 유틸리티·필수소비재 등 안정적인 쪽이다. 시장의 무관심 등으로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해 판단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손실이 나더라도 매도에 나서지 않는다.

저성장으로 인한 주식시장의 침체에 대해서는 “주식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내수 경기가 반드시 돌아서야 한다”며 “내수 침체를 이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정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수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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