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티타늄보다 훨씬 가볍고 강한 새로운 철강소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학계와 산업계에 놀라움을 주고 있다.
포스텍 철강대학원 연구팀이 최근 개발한 이 소재는 티타늄과 비교했을 때 무게와 강도, 연성이 모두 뛰어난 소재다. 비용면에서도 저렴하고 기존 철강제조 설비를 활용할 수 있는 점에서 산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미래자동차 개발 경쟁 |
이번 연구는 포스코의 ‘철강혁신프로그램’의 지원으로 지난 4년간 수행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 연구는 이미 지난 2013년 국제특허 출원을 마친 상태로, 대량생산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기 위해 시험생산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 제조사들은 고연비 등을 이유로 차체 경량화에 연구개발을 집중하고 있다. 비중이 높은 철강 대신 알루미늄합금 등 경량합금의 사용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더해 철에 알루미늄을 합금화해 비중을 더 낮추면서도 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비중을 줄이기 위해 철강 속에 알루미늄의 양을 늘릴 경우 금속간화합물이 발생, 변형 시에 철강이 오히려 부러지기 쉽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금속간화합물을 애초에 부러지지 않을 정도의 작은 크기로 제작해 외부에서 힘을 가했을 때 합금 속 전위들의 움직임을 멈출 ‘스토퍼(stopper)’로서의 기능을 하도록 전환했다.
여기에는 철강의 일반적인 열처리 온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온에서 생겨나는 금속간화합물을, 니켈로 그 온도를 조절해 금속간화합물의 크기를 수십~수백나노미터로 줄이고 그 분포도 고르게 만들 수 있다는 혁신도 포함됐다.
이렇게 생겨난 새로운 소재는 기존에 연구돼 온 다른 저비중강 소재에 비해 50% 이상 강도가 뛰어나다. 아울러 가볍고 연성이 좋아 변형 시 잘 부러지지 않는 성질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 소재가 자동차용 강재로 사용될 경우 차체가 경량화 돼 연비가 높아지고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을 보고 있다. 높아진 강도를 통해 승차자의 안전성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 김한수 교수는 “이번에 고안된 합금설계 개념을 응용하면 조선, 토목 등 경량화가 필요한 구조재의 또 다른 합금 개발의 가능성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을 통해 발표됐다. 기초과학 연구성과가 주로 게재되는 네이처에 이 같은 금속소재 관련 연구가 게재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국내 연구팀의 이 분야 연구가 네이처 본지에 소개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