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점이 휘청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란 전례 없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직격탄을 날린 것은 맞지만, 과거 특허권 남발로 포화된 국내 면세 시장에 적자생존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신규 시내면세사업권을 획득한 신세계·현대백화점·두산·한화갤러리아 등 대기업 5곳 가운데 절반 이상은 사업권을 반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텅 빈 서울시내 면세점./사진=미디어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지난 17일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2018년 영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사업권을 반납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시내면세점은 서울 명동점과 부산점 2곳이 더 남아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부산점도 지난 3월 매장 규모를 줄이는 등 사정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두산과 한화갤러리아는 2016년 시내면세 사업권을 따낸 이후, 2017년부터 시작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조치인 한한령(限韓令) 등을 견디지 못하고 2019년 나란히 사업을 접었다.
재수 끝에 서울 시내면세점 입성에 성공한 현대백화점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2018년 서울 삼성동에 무역센터점을 열고, 이듬해인 2019년 두산이 반납한 서울 동대문 자리를 꿰찼지만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집단감염지로 지정됐던 현대백화점과 같은 건물에 있어 정상적인 영업마저 불가능하다.
정부는 2015년 관광 등 유망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서울시내면세점을 새로 허가했었다. 당시 호텔롯데(롯데면세점)와 호텔신라(신라면세점)가 국내 면세점 점유율 90% 가량을 차지해 독과점이란 지적과,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기존 업체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5년이 지난 현재, 새롭게 면세시장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도로 철수하면서 여전히 선두는 롯데와 신라다.
면세점은 물품을 대량 구매해야 구매 단가가 떨어져 이윤이 남는다. 이 같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단계에 이르기도 전에 우선 사업 허가부터 받았던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로 철수했던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 ‘면세점 특허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을 치르면서 외국인 쇼핑 편의 등을 위해 면세점 특허를 적극 내줬다. 최대 29개까지 증가했던 면세점들은 1997년 IMF 외환외기 이후 2년 만인 1999년 11개로 급격히 줄었다. 2003년에는 한진그룹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후유증으로, 2009년에는 애경(AK면세점)이 신종플루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사업에서 손을 뗐다.
면세점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은 시장경제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아남을 곳은 남고 또는 도태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며 “중국이 하이난 면세점 육성에 힘 쏟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국내보다는 글로벌경쟁에 힘 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4차 유행으로 상황이 뒤집히긴 했지만, 중국 백신 접종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등 면세업계가 살아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며 “백신 접종과 더불어 여행업계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