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도쿄올림픽 개막식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막판 주한 일본공사의 ‘망언’으로 무산된 이후에도 ‘불씨’를 살리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실무협상을 계속하라고 지시했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양국간 협상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임기 내 한일 정상회담을 소망한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청와대의 한일 정상회담 무산 발표 당일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한국측과 의사소통하고 싶다”고 밝혔다. 비록 일관된 일본 입장을 내세웠지만 스가 총리가 처음 소통을 강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대일외교에 대해 성적 발언으로 비하해 물의를 빚은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에 대한 경질 여부에 따라 앞으로 한일 간 실무협상이 진전되거나 좌초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마 공사에 대한 인사는 중미·카리브해 지역을 순방 중인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21일 귀국한 이후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일본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소마 공사의 인사 조치에 대해 모테기 외무상이 그의 재임 기간 등을 고려해 “적재적소 (인사 배치)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본 매체는 일본정부가 정기인사에 따른 이동 형식으로 소마 공사를 불러들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마침 일본에서 열리는 한미일 외교차관협의에 참석차 도쿄를 방문 중인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20일 오후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만나 소마 공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항의하고 문제 발언에 상응하는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두 사람은 팔꿈치 인사도 하지 않고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일본정부가 이번 발언의 책임을 물어 소마 공사를 전격 경질하는 등 진정성을 보일 경우 이르면 도쿄올림픽 폐막식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방일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함께 오는 9월 유엔총회와 10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1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대면으로 열릴 경우 한일 정상회담을 예상해볼 수 있다.
비록 소마 공사의 망언이 막판에 돌발 변수가 됐지만 박수현 수석은 문 대통령의 방일 무산 배경에 대해 “국민께 보고드릴 성과가 미흡했다”면서도 “이번 협상에서 한일 양국간 현안 해결을 위한 협상에서 상당 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수석은 20일 “다음달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곧바로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양국이 일단 외교장관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면 박 수석이 말한 “상당한 성과”에 해당되는 진전인 것이 사실이다. 한일 외교장관이 회담을 위해 상대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18년 4월 당시 고노 다로 외무상이 서울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난 것이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박 수석은 21일에도 “한일 관계가 파탄났거나 협의가 결렬된 수준이 아니라 어느 정도 실무 협의를 통해서 진전이 분명히 있었다”며 “이번 올림픽 계기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양국은 지금까지 우호적으로 진전시켜온 성과 위에서 다시 대화가 이어지길 바라고 문 대통령도 그렇게 지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일 정부의 이 같은 대화 노력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3국 공조가 강조되면서 가까스로 진전을 보고 있다. 미 국무부는 문 대통령의 방일 무산 이후 부각되고 있는 한일 간 부정적 기류에 대해 20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가 줄곧 취해온 더 폭넓은 관점은 미국과 한국, 일본의 굳건하고 효과적인 3자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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