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인텔이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을 천명하고, 구글은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등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견제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에 따라 숨을 돌리게 된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부 계획을 수립하는 등 반도체 패스트 무버 입지를 다져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진영 총 본산이자 삼성전자의 우방으로 분류되는 구글은 최신 자사 스마트폰 '픽셀 6'에 직접 설계한 칩셋을 탑재했다.
이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만 챙기던 구글이 하드웨어 시장 진출을 선포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구글이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하드웨어 라인업을 정리하며, 브랜드를 일원화 하는 것은 하드웨어 분야 사업의 신호탄이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구글은 램과 같은 부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PC의 CPU 역할을 하는 AP를 개발해냈다. 구글의 픽셀폰은 시장 점유율이 그리 높지는 않다. 올해 10월 픽셀 6와 픽셀 6 프로를 내놓을 예정인데, 여기에는 삼성전자와 협력해 만든 SoC(시스템 온 어 칩) AP '텐서'가 들어간다.
구글이 텐서 AP를 개발한 배경에 대해 업계는 반도체 업체로부터의 독립을 꼽는다. 앞으로 확대해 나갈 하드웨어 사업에 자사 소프트웨어를 맞추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자사 AP 설계 기술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 구글과 텐서를 시장에 내놓게 됐다. 이 AP는 자율주행차 웨이모나 픽셀북 등 구글이 개발하는 전자기기에 전면 채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구글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전망이다.
SoC(시스템 온 어 칩) AP '텐서'./사진=구글 제공
구글은 변형과 응용이 편리한 오픈 소스를 제공해왔다. 이에 따라 기기 개발사들은 레퍼런스를 통해 OS 개발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이용해 구글이 본격 스마트폰 시장에 나서 폐쇄적 생태계가 이뤄지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도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텐서를 공동 개발한 삼성전자 역시 안심할 수 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월스트리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인수·합병(M&A)를 통해 인텔의 부흥을 이뤄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반도체 산업계 내 M&A가 있을 것이고, 이 같은 경향은 지속될 것"이라며 "인텔이 통합 주체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고 부연했다.
인터뷰에서 겔싱어 CEO는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스 인수설'에 대해 글로벌파운드리스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M&A는 자발적인 인수자와 매각자를 요한다"며 "나는 자발적인 인수자"라고 말했다.
인텔 아이리스 Xe 그래픽 탑재 11세대 코어 프로세서 /사진=인텔 제공
WSJ는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세계 3~4위권인 글로벌 파운드리를 인수하고자 한다고 지난달 15일 보도한 바 있다.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금액은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300억달러(한화 약 34조원)로 추정됐다.
이와 동시에 인텔은 200억달러(한화 약 23조6000억원)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2곳을 설립하기로 결정했고, 유럽 내 파운드리 부지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관련 분야 세계 1위 TSMC는 앞으로 3년간 1000억달러(약 114조원)를 들여 미국 내 6개 공장 단지를 세울 계획을 공개했고, 일본과 유럽 내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제공
한편 삼성전자는 평소 '초격차 전략'을 강조해왔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옥고를 치르느라 자리를 비운 동안 경쟁사들의 파상 공세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국 마이크론·SK하이닉스는 각각 176단 적층의 낸드와 DDR5 D램의 기술 R&D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는 모습을 보였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공백 탓에 생긴 문제로 보고 다시 사령탑에 오를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내 신설 파운드리 공장에 170억달러(한화 약 20조원)를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입지 선정에 관해서는 답보 상태다. 아울러 평택 P3 공장 투자안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정하지 못했으며 이렇다 할 M&A도 하만 인수 이후 전무하다.
때문에 이 부회장이 본격 경영에 다시 참여할 경우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사업에 시동이 걸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금 100조원 이상을 바탕으로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M&A를 진행할 것"이라며 "분야는 AI·5G·전장 사업 등 다방면으로 구상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