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소송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여야 경선에 미칠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여야는 윤석열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긴급현안질의를 열고 정면 충돌했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법사위 질의에서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심각한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날 질의에서 "정치공세"라고 반박하면서 "의혹 자체가 신뢰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맞섰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의혹에 대해 이날 법무부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1차적으로는 대검 소관이지만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진상 확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박 장관 지시에 따라 사실확인 및 법리 검토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의 법정 소송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 /사진=미디어펜
불법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수십억 원대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의 항소심이 이날 시작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5부가 주관한 가운데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최씨측은 "검찰은 무리한 해석을 관철하려 한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나선 상황이다.
또다른 리스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오는 8일 윤 전 총장과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공수처 수사3부는 8일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불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수사방해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다.
임은정 담당관은 5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작년 9월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맡으며 결국 직무배제될 걸 예상했기에 검찰총장(윤석열 전 총장)과 차장검사에게 올린 서면 보고서와 전자공문 등을 기록에 남겼다"며 "(공수처에) 있는 그대로 상세히 설명하고 올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사건은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고발 사주' 의혹이다.
고발 사주에 개입한 당직자 사퇴설이 나도는 등 내부 제보자가 누구인지 확인되면 야권 내부 분열 및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윤 전 총장의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현재 진행 중인 여야 각 경선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이냐다.
야권 내 주자간 각축전이 더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여당 주자들이 상대적으로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6일 본보 취재에 "이미 대세론이 떠오르기 시작한 이재명 지사에게 손쉬운 게임이 될 거라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소거하면 야권 나머지 후보들의 중량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지사가 이미 압도적 과반 승리를 중부 충청권에서 거둔 이상, 밴드왜건 효과(쏠림현상)가 나타날 수 있는데 고발사주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윤 전 총장 상황이 이 지사에게 반대 급부로 표심의 쏠림현상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그는 "이러한 반대 급부는 이 지사 뿐만 아니라 이낙연 후보나 정세균 후보, 추미애 후보에게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며 "이번 주말까지 이재명 대세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이날 본보 취재에 "제보자 신원 등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아 윤석열 캠프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 내부에선 뒷 수습을 어떻게 해야 하냐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역으로 권언유착, 정치공작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라며 "윤석열 캠프와 당 지도부가 아무쪼록 합심해서 정확히 대응해야 한다. 한 발이라도 삐긋했다간 이미지 실추가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당내에서 위기감이 감지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겉으로 침착하되 이러한 상황을 반기고 있다.
검찰이 강제 수사에 들어가더라도 윤 전 총장의 개입 근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면, 역풍도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검찰총장에게 직보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특성상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개입 의혹' 공세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
향후 며칠이 고비다. 여권의 반색으로 끝날지, 윤 전 총장의 반격으로 또다른 공방이 펼쳐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