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정부 여당과 금융당국의 규제의 칼날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기술산업) 기업을 향하고 있다. 최근 세계 주요국이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가운데 우리 정부도 이에 동참한 것은 이들 기업이 거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혁신 차원에서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금융당국마저 기존 정책 기조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오는 25일부터 빅테크 계열의 금융플랫폼에서 펀드나 연금, 보험 등의 투자상품의 추천이나 비교 서비스가 사라질 전망이다.
이에 기존 금융사는 "같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금융혁신이라는 정책 기조 아래 발생했던 '역차별'이 해소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반면 "빅테크의 신기술을 이용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선기능도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상생의 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25일부터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 계열 금융플랫폼에서 펀드나 연금, 보험 등 다른 금융사 투자상품을 추천하거나 비교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 7일 카카오페이 등 일부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금융상품 관련 서비스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중개' 행위로 판단해 시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일부 금융 플랫폼의 보험 비교 등의 서비스는 '정보제공' 목적이 아닌 '판매'로 보는 것이 맞기 때문에 이를 중개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금소법에 따라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시행된 금소법은 금융상품을 판매하거나 판매대리 등을 할 경우 등록 또는 인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금소법 계도기간은 오는 24일까지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을 영위함에 있어 규제를 지나치게 우회해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기존 금융회사들은 상품 설계 판매, 마케팅은 물론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당국의 규제를 받는다. 반면 빅테크들은 그동안 '금융혁신'을 추진해 온 당국의 비호 속에 규제와 감독의 눈을 피해 성장을 거듭하며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키워왔다.
이를 두고 업계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기존 금융사에선 긍정적인 시각과 함께 보완할 점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플랫폼 업계에선 규제 강화가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플랫폼 사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업을 영위하면서도 금융혁신을 주도하는 금융당국의 정책 아래 그동안 규제와 감독을 피해 성장을 거듭해 왔던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전적으로 금융소비자의 몫으로, 일이 터지기 전에 규제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가 필요한 부분은 강하게 규제하고 상생할 부분에 있어선 서로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핀테트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핀테크 활성화 방침에 따라 사업영역을 키워왔는데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라며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겠다고 한다"며 "무조건적인 규제는 또 다른 소비자 피해는 물론 업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