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삼성전자 제2파운드리 공장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1년 가까이 이어져온 삼성전자의 최종 부지 선정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 소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제공
12일 연합뉴스는 외신과 업계를 인용해 미국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와 테일러시가 삼성전자 미국 법인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8일(이하 현지 시간) 합동 회의를 개최해 삼성전자 측이 제안한 세금 인센티브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2026년 1월까지 170억달러(한화 약 20조원)를 투입해 600만 평방피트(0.5㎢)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고, 정규직 1800명을 고용한다는 조건 하에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연합뉴스가 최근 삼성전자-테일러시 간 체결한 합의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테일러시는 삼성전자가 사용할 토지에 대해 첫 10년간 재산세 92.5%를 돌려주고, 이후 10년간 90%, 추가로 10년간 85%를 보조금 형태로 환급하기로 돼있다. 윌리엄슨 카운티 또한 첫 10년간 삼성전자가 낸 재산세 중 90%를, 그 다음 10년간 85%를 돌려주기로 했다.
미국 IT 매체 샘모바일은 "윌리엄슨 카운티·테일러시의 별도 재산세 인센티브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10년간 약 3억1400만달러(한화 약 3674억원)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지난 10일 보도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년 간 오스틴에서 받았다고 알려진 4300억원 어치의 세제 혜택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에 필적하는 셈이다.
현지의 또 다른 언론사는 삼성전자가 10억달러(한화 약 1조1665억원)가 넘는 세금 감면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삼성전자는 매년 테일러시 거주자 또는 테일러시 독립교육지구(ISD) 소속 청소년들 중 24명 이상 인턴으로 채용하고, 반도체 공장 등 산업 현장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부여해 내년부터 매년 평균 30만달러(한화 약 3억5천만원)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윌리엄슨 카운티는 삼성전자의 1800명 직접 고용과 별개로 반도체 공장 건설 과정에서 6500∼1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테일러시가 파격 지원을 결의함에 따라 유력 후보지였던 오스틴시를 제쳤다는 분석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전자와 테일러시 간 협상이 급물살을 탄 건 올해 초 기습 한파로 인한 오스틴시내 단전·단수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1개월 넘게 오스틴 공장이 가동 중단돼 3000억∼4000억원의 수준의 손실을 냈고, 재발 방지 대책과 보상 방안을 촉구했으나 오스틴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제2공장에 대한 인센티브 또한 삼성전자는 20년간 8억550만달러(한화 약 9000억원)의 혜택을 요청했지만 최종 승인된 오스틴시의 인센티브 규모는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세제 혜택 외에도 입지·용수·전기·접근성 등 다각적인 측면을 따져 결정할 방침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테일러시의 파격 지원을 받게 돼 여유로워졌고, 일단 오스틴시 움직임을 지켜본 후 최종 확정할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 인근에 신규 공장 부지를 매입해 작년 말 용도 변경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한편 부지 확보가 안 돼있는 테일러시 지역에선 토지 매입부터 인·허가까지 모든 것을 새로이 진행해야 하는 문제가 걸려있다. 테일러시와 윌리엄슨 카운티 등은 부지 매입·개발 허가 등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오스틴시에 비해 공장 완공 시점은 최대 1년 가량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오스틴시가 새로운 조건을 삼성전자 측에 타진하면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상존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오스틴 현지 매체 어메리칸 스테이트먼트는 "트래비스 카운티는 여전히 (삼성전자와) 프로젝트를 협의 중"이며 "인센티브 패키지를 만들고자 노력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오스틴시는 협상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의 파운드리 태스크포스(TF) 주도로 현재 막바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아직 부지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나 확정 발표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생산 공장 등을 점검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업계 사이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석 연휴 간 의사 결정을 마치고 이르면 이달 내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고 미국 인텔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신속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봐서다.
TSMC는 현재 미국·일본·유럽 등으로 대규모 신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반도체 황제' 인텔 역시 최근 미국 애리조나와 유럽 2개 지역에 최대 800억 유로(한화 약 110조3000억원)를 투자해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지난달 이재용 부회장 출소 이후 삼성전자는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 목표를 재확인해 적극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제2파운드리 공장에는 고가의 첨단 극자외선(EUV) 장비가 동원돼 차세대 초미세 공정인 3나노미터(㎚)의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내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확보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삼성전자도 더는 결정 시점을 늦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때를 기점으로 삼성전자의 투자 시계가 더욱 빨리 돌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