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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조윤남 센터장,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증권가로 옮긴 이유는?

2015-02-27 09:03 | 김지호 기자 | better502@mediapen.com

엔지니어에서 리서치센터장으로 성공적 변신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제가 엔지니어 하다가 왜 증권가로 왔는지 아세요? 주식투자로 큰 돈을 잃고 복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왔습니다.”

   
▲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의외였다.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것도 모자라서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를 수십 차례 휩쓸었던 그가 아닌가? 뛰어난 업무성과에 지난 2011년부터는 ‘증권사의 꽃’이라고 불리는 리서치센터 수장에도 올라섰다. 그런 그가 주식투자에 크게 실패해 증권가로 뛰어들게 됐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 얘기다.

조 센터장은 증권가의 대표적 이공계 인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양대 화학공학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도 화학공학 석사를 받았다. 삼성엔니지어링에서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크게 잃은 그는 ‘보복’을 다짐하면서 증권가로 ‘침입’했다. 아는 게 화학산업 쪽이었던 탓에 화학 섹터 애널리스트로 증권가에 입성했지만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때 신성호 현 IBK투자증권 사장이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부임해 리서치센터 개혁에 나섰다. 스타 애널리스트로 리서치센터를 채우겠다는 방침이었다. 이름이 없던 그는 쫓겨날 위기에 처했지만 다행히 회사 내 평판이 아주 좋았던 탓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때 이철순 현 와이즈에프엔 사장이 조 센터장에게 “투자전략을 같이 해보자”고 권유했다.

이후 퀀트(계량분석)로 섹터를 변경했고 투자전략 분야에서 독보적인 애널리스트로 자리 잡으면서 이름을 날렸다. 결국 지난 2011년에는 대신증권의 리서치센터장까지 올라섰다. 이공계 출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인재무분석사(CFA) 자격증도 취득했다. 지난해에는 CFA한국협회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그는 “정말 미친 듯이 일을 했다. 밤도 많이 샜다. 엔지니어 출신이라 증권업계 관행을 잘 모르는데다 가르쳐 줄 선배도 없다보니 하고 싶은 대로 했다”며 “그랬던 게 업계에서 창의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 독특한 시각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고 애널리스트로서의 성공비결을 털어놨다.

독창성을 강조하는 조 센터장의 기조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자신의 이름으로 나가는 자료는 그래프 하나라도 직접 모두 만든다. 보통 시니어 애널리스트만 돼도 다른 사람이 만든 자료를 사용한다. 센터장이 모든 자료를 직접 제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다. 그만큼 아직도 애널리스트로서 철저하다는 의미다.

조 센터장은 “상투적인 내용은 싫다. 남이 만든 자료로는 스토리라인을 잡기 힘들다. 애널리스트에도 ‘네 생각 내 생각’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며 “애널리스트들이 영업과 마케팅까지 관여하면서 매우 바쁘지만 리서치에 정밀한 분석에 힘을 쏟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기업의 연구원이 영업만 다녀서야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갈수록 증권사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제 애널리스트는 1인 다역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애널리스트가 연구에만 집중하고 앉아 있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해 과감히 알파리서치부를 신설했다. 알파리서치부는 10년 이상 경력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구성된 일종의 ‘리서치 드림팀’이다.

이들은 각자 맡은 섹터 없이 신산업과 융합·복합업종 종목 발굴에 집중한다. 개인투자자에 10배 이상 오를 중장기 투자종목을 추천을 추구한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영업 압박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맡은 섹터가 없이 리서치에만 집중하는 조직을 신설한 것이다. 이는 대신증권이 인건비 등의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시도한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실험이다. 조 센터장의 ‘기본인 리서치에 집중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조 센터장은 “벤치마크를 얼마나 아웃퍼폼했느냐를 따지는 기관투자자와는 달리 개인투자자는 절대 수익이 더욱 중요하다. 알파리서치는 초과수익을 올리는데 집중한다”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였으면 생각도 하지 못했을 일이다. 대신증권이니까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리서치를 강조하는 그지만 애널리스트에는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다. 그는 “우리 리서치센터 장점이 자율성과 독립성이다. 고객에 (투자 정보를 알려주는) 콜을 몇 개 이상해라 마라 얘기 안한다. 쓰고 싶은 것도 맘대로 쓰게 한다”며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더라도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따로 똑같이’ 가는 게 리서치센터의 목표”라고 전했다.

   
▲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독창적인 시각으로 그래프 자료 하나까지도 직접 제작하는 등 애널리스트로서 철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코스닥시장의 강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 센터장은 “조정은 있겠지만 코스닥 시장은 우상향 추세를 이어갈 것이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국제유가 하락 미국의 금리인상 등의 우려로 강한 반등세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리서치센터장 출신 증권사 사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사장 모두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 센터장이 미래에 증권사의 수장에까지 올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조 센터장은 “메뚜기도 한철이다. 지금 잘 나가는 연예인도 1년 뒤 이름도 생각이 안 나는 경우가 많지 않냐”며 “앞으로 리서치센터장 출신 사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얘기를 해 주시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승진보다는 우리 회사와 고객의 가치를 늘리기 위해 어디에 집중해야 하느냐를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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