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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근로자가 뿌린 눈물의 씨앗 '한강의 기적' 이루다

2015-03-03 12:02 | 이서영 기자 | mediapen@mediapen.com
   
▲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부대표

「 병원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독일에서는 기피하는 직종의 하나였지만 그럼에도 첫 월급은 한국에서 받는 월급의 무려 일곱 배였다. 들은 바로는 당시 장관급 월급이라고 했을 정도로 보수가 후했다.

후한 보수에 비해 지출은 많지 않았다. 병원에서 식사를 다 할 수 있었고 기숙사 비만 지불하면 되는 상황이라 생각보다 월급이 더 많이 남았다. 그렇기에 더욱 의미 있게 쓰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힘들게 번 돈이기에 꼭 부모님께 도움이 되기를 원했다.

얼마 전 내 남동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누나야 요즘 파독간호사가 매스컴에 많이 나오더라.”

그러면서 동생은 울먹이며 나는 누나가 보내준 돈으로 대학 공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생의 말에 나도 눈물이 나왔다. 후에 들은 이야기였지만, 어머니께서는 동생에게 형편이 어렵다는 말을 절대로 편지 쓰지 말라고 하셨단다.

그런 줄 알았더라면 더 아껴 쓰고 많이 보낼 걸.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어머니에게 죄송했다. 」

- 라인강가에서(파독간호사 김병연 자서전) 中

교과서에는 2~3줄 뿐, 2015년 대한민국 청소년과 청년들은 경제성장에 원동력이 된 그들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한다. 나부터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불과 2년 전, 파독 간호사 한 분의 자서전을 쓰게 되면서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알기 시작했다.

60~70년대 우리 내 가족들 먹여 살리기 위해 간 평범한 청년들의 이야기지만, 그것은 살아있는 삶의 현장이었고 그 자체가 우리의 역사였다.

파독 근로자들이 받은 임금은 한국 임금수준의 약 10배 이상으로 당시 장관급 월급이었다. 그 돈으로 동생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의 기회를 주기도 하고, 고국의 가족들이 먹고 살아가는 밑천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실업과 가난에서의 탈출을 꿈꾸던 젊은이들은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로 파독 근로자를 신청했고, 기꺼이 서독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것은 또한 60-70년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첫 번째 원동력이 되었다.

물론 그들이 국가 경제발전이라는 명분을 쫓아 간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보거나, 이기적인 선택이라 폄훼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

“노동자든, 기업가든, 공무원이든, 교육자든 먼저 자신과 가족이 먹고 살고, 후손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몸부림치는 희생에서 발산되는 에너지가 바로 오늘의 한국을 건설한 것이다. 이것을 이기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것이고 이 본능을 따를 때 번영이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김승욱 교수님의 발제처럼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갔다고 해도 나와 가족의 삶에 대한 그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있었기에 경제적 풍요와 대한민국의 번영도 뒤따라 올 수 있었다.

경제적 수치를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파독근로자에 대해 단순한 위로나 격려 차원에서만 그칠 일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권혁철 교수님이 인용해 주신 파독 간호사와 광부 등 해외 인력의 송금이 한국경제성장에 미친 기여도를 보면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1965년 12.2%, 1966년 11.8%, 1967년에는 무려 15.1%로 60년대 초중반 대한민국 경제성장에 10%이상의 기여를 한 것이다.

영화 <국제시장>에 나온 주인공 덕수의 이야기는 파독에서부터 중동까지 대한민국 경제 발전사를 되짚어 보게 한다. 60~7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 베트남 파병과 기업의 베트남 진출을 담은 장면은 당시 근대화와 산업화의 빛과 그늘을 온전히 겪어낸 대한민국 1세대의 거울이었다.

주인공 덕수는 꽃 청춘 나이에 가족들 먹여 살리려고 파독 광부로, 베트남 기술자로 떠난다. 실제 그것은 이제 막 경제발전에 시동을 건 대한민국에 종자돈 마련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당시 베트남 파병은 값비싼 희생을 치렀지만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더욱이 파병과 함께 이루어진 기업 진출은 경제발전에 순기능을 했다. 베트남에서 급성장한 기업들은 건설 붐을 타고 중동으로 대거 건너갔다.

그 흐름은 오일쇼크를 반전시키며 80년대까지 ‘한강의 기적’이라는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끈다. 영화는 이 역사의 현장에서 굳건히 버텨온 대한민국의 숨은 영웅들을 ‘아버지’란 이름으로 재조명한다.

“내는 그래 생각한다. 이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기 참 다행이라꼬.” 라는 주인공 덕수의 대사는 이 영화가 이야기 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알려준다.

영화 <국제시장>을 통해 점화된 산업화 세대 재조명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눈도 적지 않다. 문화 평론가 허지웅은 “더 이상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시니어들의 문제가 다루어져야 마땅한 시점에 아버지 세대의 희생을 강조하는 <국제시장>의 등장은 반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토가 나온다.”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다.”는 윤제균 감독 인터뷰에서처럼 1세대의 희생과 헌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위로하면 안 되는 것인가 싶다.

누구나 먹고 살기 힘들고 이제 막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갖춰가던 시기의 어두운 배경을 담지 않았다고, 민주화라는 요소를 담지 않았다고 ‘미화’라고 평가하거나 ‘틀린’ 영화라고만 보는 것은 대단히 안타깝다. 우리가 지나온 현대사는 그것이 좋은 것이든 별로 인 것이든 언제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현재 가진 여유와 풍족함이 원래 있었던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래봤자 불과 몇 십 년 전이다. 이번 세미나의 주인공인 파독 근로자들을 비롯한 대한민국 1세대가 격동의 현대사를 피와 땀으로 적셔 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희극도 있고 비극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역동적인 한국 현대사 속 주인공 아니었나.

그들은 남부럽지 않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젊은 세대도 이 땅에 두 발을 붙이고 꿈을 꾸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불과 60여 년 전 시작된 이 이야기의 다음 주인공은 현재의 청년들이다. 이 청년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전임자들에 대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다시 한 번 자문해 본다.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부대표 

(이 글은 자유경제원이 개최한 세미나 <파독근로자 : 경제발전의 뿌리를 찾아서>에서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부대표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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