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1일 또다시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고 남북관계 개선이나 북미협상과 별도로 전략·전술무기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명확히 밝혔다. 지난달 29일 시정연설을 통해 한미에 이중잣대를 철폐하라고 촉구한 이후 메시지를 좀 더 구체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총비서는 이날 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이례적으로 국방발전전람회를 열고 기념연설을 통해 한국과 미국에 메시지를 발신했다.
먼저 남한에 대해선 전략무기 도입과 미사일지침 개정 등을 언급하며 자신들의 무기개발에 대해 ‘도발’ ‘위협’을 언급하는 “남한의 이중적이고, 비논리적이며, 강도적인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행동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 창건 76돌을 맞아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이 개막됐다고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이번 전람회장에는 최근 5년간 개발 생산된 각종 무기, 전투기술기재 등이 전시됐다. 2021.10.12./평양 노동신문=뉴스1
이어 “남한이 우리의 주권행사까지 건드리지 않는다면 한반도에서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면서 “이 땅에서 동족끼리 무장을 사용하는 끔찍한 역사는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또 김 총비서는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한이나 미국 등 특정한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말하는 전쟁억제력과 남조선이 말하는 대북억지력은 뜻과 본질에서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김 총비서는 미국을 향해선 “미국이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 근거는 하나도 없다.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힘과 수단을 갖추는데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앞으로) 평화를 위한 그 어떤 노력이 (있더라도) 절대로 자위권 포기는 아니다. 우리(의) 자위적인 국방력은 계속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창건 76돌을 맞아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이 개막됐다고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이번 전람회장에는 최근 5년간 개발 생산된 각종 무기, 전투기술기재 등이 전시됐다. 2021.10.12./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 총비서의 이번 연설은 ‘이중잣대’ 논리를 적용해 자신들의 무기개발을 정당화하면서 남한에 대해 묵인할 것을 요구하고, 미국의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 대해 자신들의 무기개발에 문제 제기만 하지 않는다면 관계는 개선될 수 있다고 말해 관계 개선을 조건으로 무기개발에 대한 묵인을 내걸고 있다”면서 “북미협상에서도 자신들의 무기개발은 별도의 지속적인 트랙이라는 점을 명확히했다. 협상과 개발 트랙을 이중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인 국방발전전람회 개최에 대해서도 홍 연구위원은 “자신들의 전략·전술무기 개발이 다른 군사강국들이 하는 보편적 무기 개발과 같다는 의미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또한 이번 김 총비서의 연설에서 북한이 사실상 대화보다 ‘핵보유국 인정’을 강압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도 제기됐다.
북한 노동당 창건 76돌을 맞아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개막하기에 앞서 전투기들이 '기교비행'을 선보였다고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2021.10.12./평양 노동신문=뉴스1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핵능력 보유를 정당화하려고 한다”며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불법 핵·미사일 개발을 ‘상용무기 시험’ ‘자위적인 국방발전권리’로 주장하면서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김 총비서의 ‘남조선이나 미국 등 특정한 그 어느 국가를 겨냥한 무장력 강화가 아니다’라는 주장도 북핵이 순수한 자위적 차원임을 강조해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논리”라면서 “김정은의 연설은 무기개발을 지속해 한미의 태도를 시험하고, 사실상 대화보다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강압이 핵심 메시지로 읽힌다”고 강조했다.
이날 통일부는 김 총비서의 이번 당 창건 기념일 강연과 국방발전전람회 개최 및 연설이 처음이라고 밝히고, 이중잣대를 철폐하라는 지난 시정연설의 연장선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금 북한의 의도나 입장을 예단하지 않고,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북한의 여러 메시지 대해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