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먹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가 백신과 더불어 위드 코로나의 필수 요건으로 꼽히는 가운데 머크앤컴퍼니(MSD)가 개발 중인 '몰누피라비르'가 가장 먼저 상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MSD는 지난 11일(현지 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몰누피라비르 긴급사용승인(EUA)을 요청했다. 만약 FDA 승인을 받는다면 세계 최초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된다.
앞서 MSD는 지난 1일 77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중간결과 발표에서 몰누피라비르 복용 환자의 경우 위약군 대비 입원률이 약 50% 감소했으며 사망자는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안정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알려진 만큼 연내 상용화 기대감도 높다. 임상 3상 시험은 내달 종료되며 주요 평가변수 결과는 이르면 내달 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 정부에선 이미 몰누피라르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 선구매를 결정했다. 한국 정부도 이달 초 MSD를 포함해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중인 화이자, 스위스 제약사 로슈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소 2만명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최근 성인 2660명을 대상으로 먹는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PF-07321332 2'에 대한 임상 2상 시험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한다. 화이자는 임상 2상 시험에서 피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와 HIV 치료제인 리토나비르를 혼합 투여하고, 다른 한쪽에는 위약을 먹이는 방식으로 유효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로슈·아테아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AT-527'의 임상 2·3상을 진행 중이다. AT-527은 로슈가 지난해 10월 아테아 파마로부터 3억5000만달러(약 4155억원)의 계약금을 지급하고 확보한 후보물질이다. 이 후보물질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리보핵산(RNA) 복제를 방해해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것을 막는다고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신약 개발 방식이 아닌 '약물재창출'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기존에 허가된 의약품에서 효과를 찾아 입증하는 것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 개발하는 것 보다 시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대웅제약 '코비블록', 진원생명과학 'GLS-1027' 등이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300명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코비블록(성분명 카모스타트)'의 임상 2b상을 완료하고 톱라인(주요지표)을 공개했다. 그 결과 코비블록 투여 환자군에서 안전성은 확인했지만 임상적 증상 개선 기간이 위약군은 8일, 코비블록은 7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원생명과학은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LS-1027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2상 임상시험은 코로나19 중등증 환자 132명을 대상으로 안전성, 유효성을 탐색하기 위해 다국가 임상시험으로 진행된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2개의 임상 연구소에서 투약을 진행 중이며 북마케도니아에선 총 5개 임상 연구소에서 투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불가리아는 임상 2상 시험을 신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몰누피라비르가 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글로벌 코로나19 표준 치료제로 자리잡을 경우 치료제 후발 주자들의 치료제 개발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각 기업에서 몰누피라비르와 효능을 비교해 동등성 또는 월등성을 입증해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몰누피라비르가 먹는 코로나19 표준 치료제로 자리잡는다면 향후 개발에 뛰어든 각 기업들은 이 품목과 효능을 비교해 동등성 및 안전성, 가격적 측면에서도 경쟁성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더욱 까다로워진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환자가 입원 없이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어 백신과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 요소다"라며 "속도가 더디더라도 백신 주권과 함께 먹는 치료제에 대한 주권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