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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D의 공포 …불은 국수 먹어도 경제 꿈틀대나요?

2015-03-05 13:52 | 김재현 기자 | s891158@nate.com

예고된 디플레이션,  가계부채 뛰어넘는 유연한 통화정책 실기 놓치지 말아야

[미디어펜=김재현기자] 점점 D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물가는 하락하는데 소비가 안된다. 그야말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경제활력이 떨어지면서 사회 전체로 무기력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 증대에 소극적이고 대처하고 불안감이 감도는 가계는 지갑을 열지 않는다. 

마치 1990년대 일본을 보는 듯 하다. 과거 일본경제는 부동산 거품 붕괴를 시자기으로 수년간 저성장·저물가가 장기화되면서 금융부실에 따른 연쇄파산 그리고 디플레이션이 시작됐다.

   
▲ 지난 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중구 명동 소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수요정책포럼강연에서 디플레이션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중구 명동 소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수요정책포럼강연에서 그간 정부의 입장을 뒤집고 디플레이션이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 부총리는 "저물가 상황이 이어져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며 "현재 물가가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근원물가는 2%대를 넘어서기 때문에 당장 디플레이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내수와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서둘러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재 한국경제가 디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글로벌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있고 우리의 경우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과 성장활력이 떨어졌을 뿐 부정적인 인식이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담뱃값 상승분 빼면 마이너스

최근 하버드 대학의 서먼스 교수와 프린스턴 대학의 폴 크루먼 교수는 세계 경제의 장기 정체론을 꺼내들었다. 미국경제만 유일하게 회복되고 있지만 유럽이나 중국, 일본 등 선진국은 회복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유럽은 독일까지 경기침체하면서 트리플 딥 이야기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가 출구를 찾지 않으면 3% 성장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이 내놓은 2월 소비자물가에서도 디플레이션을 뒷받침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013년 10월 0.9%를 기록한 이후 13개월 연속으로 1%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0.8%로 둔화되고 2월 또 다시 0.5%까지 쪼그라들었다. 3개월 연속 0%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중심에 있던 1999년 7월 0.3%를 기록했던 이래 15년 7개월만에 최저치다. 담뱃값 인상분 0.62%포인트를 제외하면 마이너스 0.1%다. 사실상 디플레이션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증명하고 있다.

세계는 저물가 행진 중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글로벌 디플레이션 리스크 커지고 있다'에 따르면, 세계 물가상승률은 글로벌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2012년 이후 물가목표 2%를 계속 하회하고 있으며 전년말 0.8%까지 하락했다. 유로존은 전년말 전체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 0.2%를 기록했으며 중국은 1% 중반, 동유럽은 이미 디플레이션 상황이다.

디플레이션 늪에 허덕이는 국가는 선진국 33개국 중 27개국으로 82%에 이르며 개도국 86개국 중 19개국인 27.9%에 달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선진국들의 성장세가 저하된 상황에서 저물가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의 표면적인 이유는 원자재 가격변동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국 성장세 저하도 기저요인이다. 저물가에 대한 기대심리도 한 몫했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률은 플러스이지만 상승률이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 상승률이 지난해말 전년 동월대비 0.8% 상승하면서 디플레이션 현상은 아니지만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내려가고 있어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에 놓였다.

우리나라 역시 성장세 저하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하락이 뚜렷하다. 세계물가 상승률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상관관계는 0.67로서 전체 76개국 중 25위에 해당한다. 물가상승률의 하락폭도 세계물가에 비해 큰 편이다.

장기 성장세 저하로 인해 올해 뚜렷한 경기반등은 어려워 보이는 만큼 전문가들은 유효한 정책  수단이 남아 있을때 금리인하 등 보다 파괴적인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17개 선진국 중앙은행은 이미 기준금리 완화정책을 펼치면서 내수경제를 살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많게는 0.5%p 금리를 낮추는 등 좀 더 파격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비와 투자 늘려야…규제 완화가 답?

그간 정부 혹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간 마찰음을 냈다. 우리경제의 암덩어리인 '가계부채'가 집안싸움을 부추겼다. 기재부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으니 유연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반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금융안정 운영에 리스크가 있다고 의견이 맞섰다.

좀 더 쉽게 기재부는 "금리를 내려라"라고 외치지만 한은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을때까지 금리 못내린다"라고 대응하고 있다. 서로 "너가 먼저"를 주장하면서 골든타임을 바라보고만 있는 실정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디플레이션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추세인 반면 가계부채는 우리경제가 단기에 부딪힌 최대 문제이기 때문에 통화·재정정책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걸림돌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통화정책을 지금 변화하기 위해서는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같이해야 한다"며 정책공조를 강조했다.

예고된 디플레이션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가 침체되면 개연성이 생길 뿐 예고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디플레이션은 물가만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력도 떨어지는 것이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저물가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위축되다보니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침체된 것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별도의 정책적 처방전을 꺼내도 바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경제활력을 살리기 위해 투자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규제 완화가 디플레이션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답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LTV·DTI 완화 정책을 일례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이를 통해 가계부채가 늘고 있다는 우려감이 형성되면서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겠지만 돈이 들어가는 재정보다 돈이 안들어가면서 소비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일례로 주택거래가 늘어나게 되면 집을 못팔아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팔아서 또 다른 소비를 할 수 있는 기대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경제활력을 어떻게 살리며 투자와 소비를 늘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선행적으로 투자를 가로막는 공장입지 관련 규제와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동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2015년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계획관리지역에서 전면 제한되던 천연화장품 공장 입지가 허용되는 등 비도시 지역 내 업종별 공장 입지 제한이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성장관리방안이나 개발진흥지구 등 도시계획 수단을 활용해 난개발은 방지하고 소규모 공장 입지수요에 맞게 공장 건폐율을 완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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