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조치가 실행됐는데도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보고가 올라가기까지 최소 2주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 정부의 늑장 대처를 부인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중국 발 요소 품귀 현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 장관은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졌지만 양측간 요소 협의는 없었다.
정 장관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왕이 부장과의 회담서 요소수 문제 일절 거론 안했다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을 받자 “그 전에 출국했기 때문에 요소수 문제에 대한 상세 내용을 보고 받지 못한 상태”라고 답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G20 정상회의 개최 계기 왕이 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할 때 요소수 문제를 의제로 다루지 않은 점을 지적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하지만 중국 현지 공관이 외교부에 ‘요소수 사태’ 우려를 전달한 것이 지난달 21일이었고, 정 장관은 26일까지 서울에 있었다. 따라서 외교부 안에서 정 장관에게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의문이 남는다.
정 장관은 중국 현지 공관의 보고가 외교부에 전달된지 닷새 후인 지난달 26일 러시아 방문길에 올랐다. 같은 달 28일부터 지난 5일까지는 이탈리아, 영국, 헝가리 출장 중이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 계기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갖기 위해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1.10.30./사진=외교부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달 11일 요소를 비롯해 29종 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검역관리 방식을 변경했다고 알렸다. 이후 나흘 뒤에 수출검사 의무화 조치 즉 ‘수출 제한 조치’가 발동됐다.
하지만 외교부는 지난달 21일 중국 주재 공관을 통해 ‘요소 공급 부족 우려’ 내용을 처음 접수했다. 통관에 차질이 있다는 우리 기업의 민원을 접수한 것으로 이는 중국의 제한 조치가 발동된 지 6일 만이었다.
중국의 제한 조치 발동에도 현지 공관이 외교부에 보고를 올린 것이 6일이나 지나서였고, 여기에 정 장관에 보고가 올라간 것은 최소 2주가 지난 이후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부가 안일하게 대처해 ‘요소수 대란’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지난달 29일 로마에서 왕이 부장과 30분간 회담하면서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등을 논의했다. 이때라도 정 장관에게 요소수 문제에 대한 보고가 올라갔더라면 한중 간 논의가 빨리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정 장관은 국회에서 또 이 의원의 ‘중국 조치에 대해 외교부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이번에 드러났다. 외교부가 반성할 부분이 있지 않겠나’라는 지적을 받고 “외교부뿐만 아니라 정부 내 관련된 모든 부처가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총점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의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해서 본부 차원서 일선 공관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언급엔 “전적으로 공감한다. 경제안보TF를 외교부에 구성했고 지난 주말에 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요소 사태’가 외교부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청와대가 중국 현지 공관, 코트라 등의 보고 내용을 전혀 취합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중국의 수출제한 조치가 나온지 20일이 지난 시점인 지난 4일에야 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지난 10일 요소수 사태를 미리 대처하지 못한 것에 첫 사과를 하면서도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