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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맞은 현금 뿌리기, 관권선거 양상은?

2021-11-21 10:28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내년 3월 초에는 대통령 선거, 석달 뒤인 6월에는 지방선거가 열린다. 각각 5년, 4년 만의 투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수장을 다시 뽑는 대대적인 선거철을 맞아 포퓰리즘식 현금 뿌리기 '관권선거'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

정부는 소득 하위 88%가 1인당 25만원씩 받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5차 재난지원금으로 이미 지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후 더 이상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으나, 내년 선거철을 맞아 전국의 광역단체 및 기초자치단체는 규모를 가리지 않고 현금 살포 경쟁에 나섰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내년 1월 시민 1인당 1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지급형태는 8만원의 선불카드와 2만원의 온누리 상품권이다.

광주광역시 및 인천광역시 또한 모든 시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광주는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전북도 및 전남 순천시 또한 그렇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최근까지 도지사였던 경기도의 경우, 지난 9월 정부의 5차 재난지원금에 더해 나머지 12%에게도 도 차원에서 지급했다.

11월 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후보(사진 우측)와 송영길 당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민주당 제공

최근 부산에서는 사상구를 제외한 15개 구군 등 기초자치단체 전부가 시민 1인당 5만원 내지 10만원씩 재난지원금 지급에 나섰다. 사상구는 구청장이 공석이라 이러한 정치적 결단에 동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접적인 현금살포나 마찬가지인 지역화폐 발행 또한 폭증하는 추세다.

올해 1~9월간 전국에서 발행된 지역화폐만 17조 3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시행하기 위한 할인보조금 등 부대비용만 2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화폐는 액면가의 10%를 할인 발행하기 때문이다. 그 중 8%는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2%는 지자체가 맡는다. 100만원짜리 지역화폐를 소비자가 90만원에 구매하는데, 할인금액 10만원 중 8만원은 중앙정부가 보전하고 2만원은 지자체가 떠안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선 이재명 후보가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 확대를 집중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이와 관련해 "납세 유예 가능한 예산으로 이재명 후보가 강조했던 지역화폐 예산을 6조원에서 21조원 규모로 대폭 상승시켜 지역 소상공인을 두텁게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역화폐 예산의 대폭 증가에 대해 "일종의 기금 형식으로 운영한다"며 "발행 액수를 6조에서 21조로 늘리더라도 실제 예산 증액 규모는 15조원의 6%인 8000억~1조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늘어난 금액 중 중앙정부 몫만 언급한 셈이다.

기획재정부도 지역화폐에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에게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우, 이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회에서 예산 증액을 시사한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다만 그 규모와 수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정자립도다. 대다수의 지자체가 세금 증액분 및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을 더해서 마련해야 하는 지경이다. 사실상 미래의 빚을 지고 현금을 살포하겠다는 심산이다.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3%다. 보수적으로 운용해도 지나치지 않은 마당에 선거철을 맞아 현금 뿌리기에 일관하는 각 지자체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또한 지난 9월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선거를 앞두고 정부 및 지자체가 지원금을 지나치게 홍보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대선은 넉달도 채 남지 않았다. 돈을 뿌려 유권자 환심을 사려는 여러 지자체의 모습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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