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가능성이 없는 북한이 내년에 더욱 절박한 코로나 상황을 맞을 수 있고, 이것이 남북 관계, 북미 관계를 풀 우회적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통일연구원이 15일 통일부 출입기자단을 초청해 개최한 ‘2022 한반도 연례 정세 전망’ 간담회에서 고유환 원장은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코로나 상황 해결은 약한 변이 바이러스 출현과 이 바이러스로 대체되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한 것인데 지금 북한처럼 봉쇄 조치로만 일관한다면 해결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나라들이 위기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일상으로 돌아갈 시기에 북한은 오히려 더욱 취약해질 수 있기때문에 북한 당국으로서도 지금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원장은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북한주민 전체가 부스터샷을 맞을 수 있을 정도로 북한에 제공하는 특단의 조치가 이뤄진다면 북한이 빗장을 풀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과 미국 입장에서 지금부터 내년에 걸쳐 중요한 현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백스는 앞서 북한에 시노백 백신 197만여 회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73만여 회분 등을 배정했지만 북한이 받아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고 원장은 북한이 원하는 백신의 종류가 따로 있고, 백신의 양도 충분하지 않아서 빗장을 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이와 함께 의료 시스템이 열악한 북한이 진짜 원하는 것은 백신보다는 치료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북한이 북중 국경 봉쇄 조치를 풀더라도 일부 구간에만 프리존을 만들어서 최소한의 접촉 인원을 선발하고, 그 사람들을 위해 백신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우태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은 먼저 “코로나 전파력을 볼 때 북한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결국 북한은 백신보다는 치료제를 원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국경 봉쇄로 경제난이 극심해진 북한이 이젠 일부 구간이라도 풀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프리존을 만들어서 물자 위주로 교역을 재개하고, 여기서 활동할 인력을 위해 백신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통일연구원(원장 고유환)이 1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통일부 출입기자단 초청 ‘2022 한반도 연례 정세 전망’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2021.12.15./사진=통일연구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제안해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북한의 호응 여부가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종전선언에 따라 즉각 미국의 실질적인 담보 조치가 약속되어야 호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 종전선언의 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입장이 모호하던 중국이 최근에 적극 관여하면서 오히려 미국의 입장에서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또 ‘하노이 노딜’의 앙금이 남아 있는 북한으로서는 대북제재 완화가 있어야 종전선언을 받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이슈가 남북관계에서나 북미 관계, 또 미중 관계에서도 신뢰 구축과 협력 방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나용우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상당히 폐쇄적이라고 평가받는 북한이 매번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것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이다. 북한에 재해 재난이 많고, 실질적으로 민생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면서 “북한 최고지도자의 의지가 담긴 만큼 앞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할 계기가 되고, 대북제재 문제에서도 어느 정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분야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남북관계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정부가 기후변화 및 산림 협력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 원장은 “종전선언은 남북, 북미 간 교착 국면에서 벗어날 방안이 안보이는 상황에서 돌파구로 삼기 위해서 제안된 것이고, 이젠 북미도 1992년 한중수교 모델을 적용해서 곧바로 관계 정상화나 수교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비핵화를 추동해내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미중 간 전략경쟁이 본격화된 마당에 더 이상 북한도 위협론을 활용하지 못하는 시기를 맞았다”면서 “미국도 기존 전략을 수정해서 북한에 적극 관여해서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북한을 떼어낼 방식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