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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복지는 세대갈등만 부추기는 '쇼윈도 복지'

2015-03-23 04:1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20일 오후 2시 청년토론회 <청년, 복지와 증세 문제를 말하다>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9개의 청년단체 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자유경제원

201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된 복지논쟁의 중심에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간의 적실성 논쟁이 있었다. 정치인들의 표심 얻기 전략을 경계하자는 주장과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보편적 차원에서의 무상복지정책을 시행할 때가 되었다는 주장으로 양분되어 있는 모습이다.

이를 둘러싼 거대정당들과 이익 단체들 간의 복지 논쟁은 그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정당 간의 이익 여부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그 주장을 달리하고 있고, 각 정당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와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많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사실 근본적으로 국가재정이 복지제도를 뒷받침할 수만 있다면 선별적 복지를 하든, 보편적 복지를 하든 사회적으로 아무런 갈등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그렇듯이 나라살림이 쪼들리게 되면 복지제도로 인한 사회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된다.

보편적 복지제도의 운영이 어려워지면 저마다 혜택 축소에 민감해져 사회 갈등이 커지게 되는 것을 복지재정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데, 그들 갈등의 화살은 주로 외국인 이민자와 일하지 않는 저소득층, 연금생활을 하는 노인층에게로 향했다.

선진국의 그러한 갈등구조들은 우리나라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유리지갑과 자영업자 간의 갈등, 청년층과 은퇴한 386세대 간의 세대갈등, 또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간의 갈등과 본격적으로 사회진출을 시작한 동남아출신 외국인노동자의 2세들과의 갈등문제 등 사회적인 갈등구조가 선진국 못지않게 산재되어있다.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간의 갈등은 이른바 ‘유리 지갑’ 논란 속에서의 국민연금 납부액과 건강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문제다. 한국에서는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기에 자영업자 소득이 불투명하다. 한국 고용구조에서 자영업자 비율은 30%에 육박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8%)의 배 가까이 높고, 탈세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보편적 복지는 높은 세금 부담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당연히 근로소득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경우 국민의 납세 및 재산 명세를 전부 공개할 정도로 조세 투명성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큰 문제는 없었다. 다시 말해 사회 인프라나 우리나라 국민 선진화 수준이 문화적 제도적 그리고 윤리적으로 어느 수준에까지 올라와 있어야 복지사회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 정치권에서 섣부르게 보편적 복지 제도를 시행한 후에 국가재정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면, 사회갈등 불씨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된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국민 의식수준은 북유럽 선진국 의식수준에 필적하는가. 신구(新舊) 세대 간 가치관 차이가 심한 가운데 한국은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세대 간 부양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심해질 것이다. 올해 한국에서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5.56명이나 현재와 같은 고령화 속도로 2030년까지 가면 근로자 2.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초고령사회가 된 일본에서 평생 내는 사회보장비와 은퇴 뒤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의 금전가치를 비교한 결과 현재의 노인 세대는 받는 혜택이 더 많지만 40∼60대는 받을 돈이 내는 돈보다 오히려 적다는 결과가 발표되어 사회갈등으로 비화된 적이 있다. 보편적 복지가 겉으로는 사회 통합을 외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 세대 내의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의 형평성 논란뿐만 아니라 청년층과 은퇴세대 간 갈등도 부추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가상의 상황이기는 하지만 통일 문제도 고려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다. 독일은 동서독 통일 이후 15년간 복지제도를 뜯어 고쳤지만 동독 지역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한국도 보편 복지를 실시하다 갑자기 북한 주민을 한꺼번에 떠안게 될 경우 재정 파탄을 피하려면 북한 주민에 대한 복지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를 둘러싸고 ‘2등 국민’ 논란이 나오지 않겠는가. 하물며 통일 전 동-서독 간 GDP격차는 10배였는데, 지금 남북한 격차는 50배에 이른다.

통일 후 남북한 주민들에게 같은 수준의 복지정책을 시행했을 때 그 규모는 남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이다. 보편적 복지론자들의 주장의 핵심적인 요소는 소득재분배를 통한 사회통합이다. 하지만 그들이 부러워하던 복지 선진국들의 경제는 기대만큼 발전 일변도로 갈 수 없었고, 아마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전 세계가 고민하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복지시스템의 근간을 흔들어버렸다.

앞서 보았듯 누리고 즐길 때는 달콤했던 복지시스템은 재정이 흔들리는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쓰디쓴 갈등의 요소로 돌변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번 시행하면 번복하기 어려운 것이 복지제도의 특성이다.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 발상으로 정치권에서 섣부르게 보편적 복지 제도를 시행한 후에 국가재정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면, 앞서 말한 사회갈등 불씨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된다. 게다가 무상급식 한 가지 사안으로도 교육예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볼 때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의 전면적 확대가 과연 가능이나 할 것이며, 그것이 사회적 갈등 상황으로 번졌을 때의 책임은 도대체 누가 질 것인가?

쇼윈도에 걸려있는 옷들, 지나가는 다른 사람이 입은 옷, 아무리 멋지고 편해 보인들 그 옷은 일단 내 옷이 아니다. 어차피 입을 수 없는 옷이라면 그걸 부러워하면서 자신을 한탄할 필요는 없다. 내 몸에 어울리는 옷을 찾듯, 대한민국에 적합한 복지정책을 맞춰가면 되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것은 북유럽 선진국들의 보편적 복지제도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 선진국의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복지가 어떤 수준인지, 그를 위해선 어떠한 사회 인프라 구축과 국민의 의식 수준이 요구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김영주 청년리더양성센터 부대표

(이 글은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에서 주최한 '청년, 복지와 증세 문제를 말하다' 청년토론회에서 김영주 청년리더양성센터 부대표가 발표한 주제발표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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