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글로벌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그룹이 지난 1월 현대글로비스 3대 주주에 오른 데 이어 이사회에도 진입하면서 경영 참여가 가능해졌다.
현대글로비스는 사업 주체로, 칼라일은 투자자로서 높은 수익률을 위해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를 끌어 올려야 하는 공통의 목표가 있는 만큼 현대글로비스 밸류업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자동차 전용부두에 정박 중인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 /사진=현대글로비스 제공
현대글로비스는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엘리엇 피에스 메릴(Eliot P.S. Merrill) 칼라일 글로벌 파트너스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얀예빈왕의 기타비상무이사의 재선임 안건까지 통과되면서 현대글로비스의 이사회는 기존 9인 체제에서 10인 체제로 확대됐다.
1970년 생인 엘리엇 메릴은 칼라일 글로벌 파트너스의 공동 대표이자 전무이사다. 파트너 및 매니징 업무를 맡고 있다.
그의 이사회 임기는 3년으로, 오는 2025년 3월 종료된다. 그의 선임은 칼라일이 지난 1월 정의선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일부 매입하는 과정에서 옵션으로 이사 1인 지명권을 가져간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정 회장 부자는 공정거래법상의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칼라일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약 6113억원 규모다. 당시 정 회장은 주식 처분으로 보유 지분율을 23.29%에서 19.99%로 낮추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사외이사와 동일하게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칼라일은 현대글로비스의 경영 참여가 가능하다. 현대글로비스가 추진하는 사업 및 투자 계획 등 경영 전반을 들여다보고 함께 논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키우기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이 지금은 무산된 2018년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안을 재개한다고 해도, 혹은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고 해도 현대글로비스의 지분가치가 높아야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지분(20%)을 보유한 곳이다. 따라서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가 올라 정 회장의 지분가치도 올라야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살 수 있는 실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칼라일에 넘기면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지만, 궁극적으로는 독자적인 생존 능력을 갖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들어 수소 발전사업 및 로봇 제조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칼라일 역시 사모펀드로, 결국 수익률을 전제로 한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려야 높은 수익률을 건질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밸류업 전략에 최대한 힘을 보태는 것과 동시에 자신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메가 딜 추진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현대글로비스 주총에선 이사회 선임건을 포함,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등의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의결했다. 또한 수소·암모니아 발전사업 및 탄소중립 관련 부대사업 등 신사업 추가를 위한 정관 일부 변경안도 통과됐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