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은 기자]건설업계가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한창이다.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선임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맞춰 선제적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에서는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코오롱글로벌이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코오롱글로벌 CI./사진=각사 제공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 건설사는 DL이앤씨, 삼성엔지니어링, IS동서, 태영건설 등 4곳이다.
DL이앤씨는 신수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를 영입했다. 신 교수는 문화역서울284 예술감독, 한진그룹 일우재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을 역임한 디자인 전문가다. DL이앤씨는 신 교수 추천 사유로 “디자인 경영과 마케팅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건설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고객의 마음을 읽고 이해해 이를 바탕으로 고객만족 경영을 실천해 나가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정현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를 신규 선임했다. 최 교수는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 위원, 산림청 산림복지심의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으며, 삼성엔지니어링의 환경인프라 사업 부문 역량 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IS동서는 강혜정 계명대학교 음악공연예술대학 교수를 발탁했다. IS동서는 “사회적 약자와 희망과 관련된 공연에 참가하며 예술 문화를 통한 자선·나눔 실천에 앞장서는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며 “사회공헌분야 강화와 회사의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도 양세정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양 교수는 한국소비문화학회장, 한국소비자학회장, 기획재정부 경제교육관리위원 등을 역임했다. 태영건설은 “양 교수가 준법 경영 및 사회적 책임 강화와 지속가능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건설사들이 잇따라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자산총액 2조원이 넘는 상장사는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1명 이상 선임해야 한다.
앞서 삼성물산, GS건설, 현대건설, HJ중공업도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했다. 삼성물산은 제니스 리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현대건설은 조혜경 한성대학교 IT융합공학부 교수, GS건설은 조희진 법무법인 담박 대표변호사, HJ중공업은 최선임 서울종합예술학교 패션예술학부 교수가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아직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못한 건설사는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코오롱글로벌이다.
이들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할 사외이사는 모두 남성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신임 사외이사로 윤성복 한국공인회계사회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선임할 예정이며, 대우건설은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장, 한국소비자원 부원장을 역임한 김재중 현대그린파워 사외이사, HDC현대산업개발은 권인소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전문성을 갖춘 여성 사외이사 영입에 나서면서 적합한 인재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8월 전에 선임할 수 있도록 많은 검토·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