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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암고 ‘급식비 막말 논란’과 수상한 서울시교육청 행보

2015-04-07 08:57 |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 이원우 기자

최근 핫이슈로 재부상한 ‘무상급식’ 논쟁이 지난 6일 경향신문이 보도한 ‘충암고등학교 교감의 막말사건’으로 하나의 분수령을 맞이할 것 같다.

경향신문 송현숙 기자는 지난 2일 서울 충암고등학교의 김모 교감이 복도에서 점심 급식을 기다리던 학생들 앞에 나타나 급식비를 못 낸 학생들에게 “내일부터는 오지 말라”고 다그쳤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이후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이 기사는 ‘주변 학생들의 증언’을 인용하며 김 교감이 “넌 1학년 때부터 몇 백만 원을 안 냈어. 밥 먹지 마라” “꺼져라.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전체 애들이 피해 본다”고 말했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급식비 때문에 교감이 학생에게 “꺼져”라고 말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한 건 당연했다. 야구와 바둑으로 유명한 ‘충암고’는 지금까지 한 번도 거론된 적 없는 사유로 포털 검색창 순위권에 랭크되기 시작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충암교 교감의 공개 사과, 충암학원 재단의 충암고 교감 엄중 문책, 무상급식 예산의 대폭 확충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특별시서부교육지원청(교육장 안명수)은 언론을 통해 위 사실을 인지하고 사실여부 확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충암고등학교의 2014년 급식비 총 미납금액이 무려 3908만 4510원이라는 사실, 2015년 3월 현재 600만 원 가량의 미납액이 발생한 사실, 충암고가 미납액 징수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사실 등을 밝혀냈다.

중요한 건 ‘막말’ 여부가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경향신문의 보도와는 달리 학교 측은 ‘급식을 못 먹게 하거나 보도된 것과 같은 막말은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충암고등학교 학생이라고 밝힌 한 블로거 역시 경향신문의 보도에 대해 “98%가 거짓으로 된 기사”라고 주장했다. 급식비가 얼마나 밀렸는지를 알렸을 뿐 못 먹게 하거나 막말을 한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 충암고 급식비 막말 논란. /사진=MBN 캡처
흥미로운 포인트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서울시교육청의 미묘한 ‘뉘앙스’다. 보도자료의 표현을 보면 서울교육청은 “보도된 바와 같은 발언은 없었다고 하나 이에 대해 추가 확인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는 “다른 학생들이 있는 상황에서 급식비 미납 사실을 확인한 자체가 비교육적이었음을 지적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찌됐든 잘못한 건 사실’이라고 결론을 이미 내린 것으로 해석한다면 비약일까. 물론 급식비 때문에 학생들 앞에 교감이 나타난 상황에 오해의 소지가 많다는 지적에는 수긍이 간다. 이 장면은 이른바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우려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폭발력이 있다. 급식 문제가 학생들 간의 미묘한 위화감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눈으로 확인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건이 ‘대중’들의 눈에 띈 계기가 교감의 막말 여부임을 간과할 순 없다. 교감이 공개적으로 급식비 납부를 체크한 것과 학생들에게 “꺼져”라고 막말까지 한 것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산하 학교가 하지도 않은 잘못으로 지나친 비난을 받아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방관할 것인가?

행여 학생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에 진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던 거라면 이 오류는 분명하게 수정되어야 한다. 경향신문과 조희연 체제의 서울시교육청이 무상급식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건 간에 언론이 다루는 사실은 진실에 근접해야 한다. 이것은 한 교육자의 인격이 걸려있기도 한 문제다.

학생들의 기억에 의존해서 내보낸 보도방식이 적합한 것이었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진실과 거리가 먼 기사가 합리적인 논쟁의 분위기를 흐려 ‘결과적인 선동’이 되는 풍경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대가를 요구하는지를 한국인들은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우선은 사실과 진실의 간극을 좁혀보자.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유·무상급식에 대한 합리적인 토론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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