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우 기자 |
최근 핫이슈로 재부상한 ‘무상급식’ 논쟁이 지난 6일 경향신문이 보도한 ‘충암고등학교 교감의 막말사건’으로 하나의 분수령을 맞이할 것 같다.
경향신문 송현숙 기자는 지난 2일 서울 충암고등학교의 김모 교감이 복도에서 점심 급식을 기다리던 학생들 앞에 나타나 급식비를 못 낸 학생들에게 “내일부터는 오지 말라”고 다그쳤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이후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이 기사는 ‘주변 학생들의 증언’을 인용하며 김 교감이 “넌 1학년 때부터 몇 백만 원을 안 냈어. 밥 먹지 마라” “꺼져라.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전체 애들이 피해 본다”고 말했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급식비 때문에 교감이 학생에게 “꺼져”라고 말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한 건 당연했다. 야구와 바둑으로 유명한 ‘충암고’는 지금까지 한 번도 거론된 적 없는 사유로 포털 검색창 순위권에 랭크되기 시작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충암교 교감의 공개 사과, 충암학원 재단의 충암고 교감 엄중 문책, 무상급식 예산의 대폭 확충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특별시서부교육지원청(교육장 안명수)은 언론을 통해 위 사실을 인지하고 사실여부 확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충암고등학교의 2014년 급식비 총 미납금액이 무려 3908만 4510원이라는 사실, 2015년 3월 현재 600만 원 가량의 미납액이 발생한 사실, 충암고가 미납액 징수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사실 등을 밝혀냈다.
중요한 건 ‘막말’ 여부가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경향신문의 보도와는 달리 학교 측은 ‘급식을 못 먹게 하거나 보도된 것과 같은 막말은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충암고등학교 학생이라고 밝힌 한 블로거 역시 경향신문의 보도에 대해 “98%가 거짓으로 된 기사”라고 주장했다. 급식비가 얼마나 밀렸는지를 알렸을 뿐 못 먹게 하거나 막말을 한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 충암고 급식비 막말 논란. /사진=MBN 캡처 |
‘어찌됐든 잘못한 건 사실’이라고 결론을 이미 내린 것으로 해석한다면 비약일까. 물론 급식비 때문에 학생들 앞에 교감이 나타난 상황에 오해의 소지가 많다는 지적에는 수긍이 간다. 이 장면은 이른바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우려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폭발력이 있다. 급식 문제가 학생들 간의 미묘한 위화감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눈으로 확인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건이 ‘대중’들의 눈에 띈 계기가 교감의 막말 여부임을 간과할 순 없다. 교감이 공개적으로 급식비 납부를 체크한 것과 학생들에게 “꺼져”라고 막말까지 한 것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산하 학교가 하지도 않은 잘못으로 지나친 비난을 받아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방관할 것인가?
행여 학생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에 진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던 거라면 이 오류는 분명하게 수정되어야 한다. 경향신문과 조희연 체제의 서울시교육청이 무상급식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건 간에 언론이 다루는 사실은 진실에 근접해야 한다. 이것은 한 교육자의 인격이 걸려있기도 한 문제다.
학생들의 기억에 의존해서 내보낸 보도방식이 적합한 것이었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진실과 거리가 먼 기사가 합리적인 논쟁의 분위기를 흐려 ‘결과적인 선동’이 되는 풍경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대가를 요구하는지를 한국인들은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우선은 사실과 진실의 간극을 좁혀보자.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유·무상급식에 대한 합리적인 토론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