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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편향된 책 쌓여가는 학교도서관

2015-04-07 11:31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지난 2월 부산시교육청 산하 ‘이달의 책 선정위원회'가 반미·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을 일으킨 『10대와 통하는 한국전쟁 이야기』를 선정 취소해 거둬들였다. 3월에는 서울시교육청 산하 마포평생학습관이 마르크스를 신격화한 『공부의 신 마르크스, 돈을 연구하다』를 권장도서 목록에서 삭제 조치했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초 시민과 청년 단체들이 ‘정부가 아닌 시민이 도서관을 만들자’는 취지로 ‘푸른도서관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활동을 하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민원 제기가 일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사후적 조치일 뿐이다. 게다가 사상적으로 왜곡·편향된 도서들의 도서관 반입에 가장 큰 책임을 갖고 있는 정부는 수동적 대응으로만 일관하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 정부가 추천해 온 초•중•고등학교 권장 도서 중에 사상적으로나 내용적으로 편향된 도서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감성적으로 가장 민감한 시기의 청소년들이 편향된 도서를 읽고 사회에 나올 때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치관의 혼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말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현재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위치한 학교도서관 수는 1만1405개에 달한다. 도서관 한 곳 당 평균 1만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니 전체 장서 수만 해도 1억여 권을 훌쩍 넘는 상황이다. 또 매년 학교운영 예산의 1000~2000만 원 정도가 도서구입 예산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한 해 적어도 1000만권의 도서가 학교 현장으로 새롭게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입 절차는 이렇다. 선생님들이 교과별 희망도서 목록을 제출하면 교내 도서선정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구입 목록을 작성한다. 이를 학교장이 결재한 후 행정실에서 시중 서점에 있는 책을 사 들인다. 비치된 책들은 교과 수업에도 활용되기 때문에 학급 전체 학생들이 동시에 빌려 볼 수 있도록 같은 종류의 책이 40~50권 씩 대량구매 되기도 한다.

   
▲ 현재 학교 도서관이 가장 많이 보유한 현대사 관련 인물은 김구이고, 그 다음으로 전태일, 김대중, 박정희, 정주영, 노무현, 이병철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주제로 한 책은 북한 김일성 책보다도 적다.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 8년 째, 학교도서관은 이미 학교의 큰 부분으로 자리 잡아 이젠 교과 교육에 있어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허름했던 서고는 현대식으로 리모델링되었으며 전문 사서교사가 생겼고 보다 편리한 독서 여건을 조성하였다. 하지만 같은 기간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왜곡·편향 도서에 대한 시정 조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왔다.

이적표현물 논란으로 법원이 '반미·반정부 선동 목적의 도서'로 판시한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박세길 저) 같은 서적이나,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저술한 『거꾸로 읽는 세계사』(유시민 저) 등과 같이 교육과는 거리가 멀고도 먼 도서들이 학교 현장에 버젓이 비치되어 있다. 또 일부 진보 성향의 교사들이 주축이 돼 운영했던 ‘나라말 출판사’ 같은 곳에서 발간한 책들도 수 년 째 대량 구매되어 축적됐다.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 왜곡 〮편향의 도서가 학생들의 독후감 숙제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앞서 보았듯이 정부의 권장도서 목록 가운데 왜곡·편향 도서가 포함되는 문제는 힘이 들더라도 그때그때 시민들의 항의와 노력으로 교정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훨씬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는 지금까지 쌓여 온 1억 5천만권의 도서 가운데 포함된 편향 도서의 정리 문제이다. 그런데 정작 이 문제에 대해 정부와 교육부는 관심조차 없는 듯하다. 사실 도서관의 사정이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에 상당한 책임이 있음에도 그렇다. 2015년 벽두부터 대한민국을 뒤흔들다가 결국에는 강제출국 당한 신은미 씨가 쓴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을 가다』를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했던 게 대한민국 정부였다. 이것뿐이겠는가.

헤르만 헤세는 “자녀의 독서 취향을 좌우하는 가풍을 잘 세우고 자신만의 독서리스트를 만들게 하라”고 말한다. 정부추천 도서를 작성하는 이들이 대문호의 경구를 조금이라도 인지하였다면 이러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만시지탄이지만 학생들이 편향되지 않은 좋은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이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정부는 이제까지의 과오를 교정한다는 의미에서라도 도서관에 쌓인 왜곡· 편향 도서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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