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성장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특정 국가에 편중된 생산 거점이 산업별로 특화된 국가로 나뉘고 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도 공급망 차질이 이어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세심한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는 '글로벌 공급망의 뉴노멀과 우리의 대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각 대륙권별 생산 거점이 다양해지는 경향이 더욱 짙어지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사진=HMM
'아시아의 공장'이라던 중국의 역할은 점차 대만·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지로 나뉘고 있다. 유럽 제조업의 중심은 독일이었으나 프랑스·이탈리아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미주 지역에서는 향후 멕시코가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정세 불안정에 따른 통상·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서다.
아시아 생산 거점들은 모두 제조업에 특화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국은 고무·플라스틱, 대만은 전기 장비, 말레이시아는 석탄·석유, 인도네시아는 섬유 등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형성돼 있다.
미국은 사업 서비스 등 서비스업, 유망 거점인 멕시코는 운송 장비 등 제조업에 특화됐다는 분석이다. 독일은 운송 장비 등 제조업에, 프랑스는 사업 서비스, 이탈리아는 금융 중개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특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글로벌 가치 사슬이 재편되는 과정 속에서 국내 기업들도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핵심 소재·부품·장비 가치사슬 구조 상에서 '허브 국가'를 발굴해 대체 가능한 지역 공급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거점별 특화 산업군 특성을 감안해 최적의 생산 거점을 선정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존까지는 생산 네트워크상 가격 경쟁력만큼 중요한 요인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정성과 연구 개발, 혁신 인프라 등 가격 외 경쟁 요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거치며 공급망 자체가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아져 국내외 기업들의 피해 사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2월 26일 무협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 대책반에 접수된 애로 접수건은 총 30개사 35건이었으나 지난 3일에는 494개사 612건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물류·에너지·원자재 공급 이슈에 따른 글로벌 공급난이 수요 회복과 맞물렸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 탓에 최소 올해 하반기까지는 공급난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품질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제조 공정 전·후의 서비스업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이에 영향을 덜 받는 향후 전문 기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