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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미래 ‘과일 지도’ 바뀐다

2022-04-13 14:35 | 구태경 차장 | roy1129@mediapen.com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앞으로 50년 뒤인 2070년대에는 주요 과일의 재배 지역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강원도 해안지역에서도 감귤을 재배할 수 있게 되고, 단감은 산간지역을 제외한 중부 내륙 전역에서 재배가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13일 최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한 6대 과일의 재배지 변동 예측결과를 발표했다. 

사과와 배의 미래 과일 지도./사진=농진청



이날 발표에 따르면, 연구진이 주요 과일의 총 재배 가능지(재배 적지와 재배 가능지)를 2090년까지 10년 단위로 예측한 결과, 사과는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배, 복숭아, 포도는 2050년 정도까지 소폭 상승한 후 감소한 반면, 단감과 감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사과는 과거 30년의 기후 조건과 비교하면 앞으로 지속해서 재배 적지와 재배 가능지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2070년대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 역시 2030년대까지 총 재배 가능지 면적이 증가하다가 2050년대부터 줄어들고, 2090년대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복숭아는 2030년대까지 총 재배 가능지 면적이 과거 30년간 평균 면적보다 소폭 증가하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 2090년대에는 강원도 산간지에서만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도는 총 재배지 면적을 2050년대까지 유지할 수 있으나, 이후 급격히 줄어들며 2070년대에는 고품질 재배가 가능한 지역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에 단감과 감귤의 재배지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단감은 2070년대까지 고품질 재배가 가능한 재배 적지 등 총 재배 가능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재배 한계선도 상승하며, 산간 지역을 제외한 중부내륙 전역으로 재배지가 확대될 전망이며, 감귤(온주밀감)은 총 재배 가능지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재배 한계선이 제주도에서 남해안과 강원도 해안지역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작물 종류별로 연평균 기온, 생육기 기온 등 재배에 필요한 기준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재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수량이 불안정하고 열매 품질도 나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사과, 배는 7도 이하에서 1200∼1500시간 이상 경과해야 정상적인 재배가 가능하고, 사과, 포도는 성숙기에 고온일 경우 과실의 착색 불량 등 품질이 나빠지는 것과 반대로, 내한성(추위 견디는 성질)이 약한 감귤이나 단감은 겨울철의 최저기온이 비교적 높아야 생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감과 감귤의 미래 과일 지도./사진=농진청

 
이에 농진청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코자 2020년 발표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해 농업용 미래 상세 전자기후도를 제작하고, 이 전자기후도로 우리 농업환경에 맞는 ‘작물별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를 개발했다.

기후변화 관련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20년 발표한 시나리오(SSP5)는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예측한 것이다. 

동 시나리오에 따르면, 2081∼2100년 사이 전 세계와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은 각각 6.9도(℃), 7.0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2년 발표 한 상승치보다 각각 2.2도(℃), 1.1도(℃) 오른 것으로 현재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아열대기후대는 2030년대 18.2%, 2050년대에는 55.9%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는 현재 많이 재배되는 품종과 재배 양식 같은 재배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 아래 분석이다.

농진청은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의 생산성과 품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 적응형 품종을 육성하고 권역별로 알맞은 작목을 배치함과 동시에, 고온 조건에 대응한 재배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미래 생산성 변동 상황 예측과 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 개발 등 기후변화 대응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새롭게 재배 가능한 작물을 개발하기 위해 열대·아열대 작물 52종(2020년 기준)을 도입해 적응성을 시험하고 있다.

이지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이번에 제작한 주요 과수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는 정책적으로는 주산단지 특화작목 육성, 생산량과 품질 예측을 통한 안정적인 수급대책 마련 등에 사용할 수 있다”며 “또한 농업인과 연구자에게는 미래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개발과 경영계획 수립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앞으로 주요 과수 작물뿐만 아니라, 원예·특용 작물의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도 제작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이 13일 농촌진흥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6대 과일의 미래 지도'를 발표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국민 모두가 힘써주기를 당부하고 있다./사진=e브리핑 캡쳐


이 원장은 “기후변화는 작목의 단순한 재배지 변동만이 아니라 온난화, 기상이변, 병해충 발생 등 농업환경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민적 관심과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온난화로 고품질 과일을 생산할 수 있는 재배 적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맞는 품종과 재배법을 보급하고 재배지 증가 작물의 경우 수출, 가공품 개발 등을 통해 소비 확대에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농진청은 정책기관에서 과일의 수급 물량 조절 정책을 수립하거나 농가가 각 농장에 재배 가능한 작물을 선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번 자료를 농진청 과수생육·품질관리시스템 누리집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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