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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묻지마 법안' 품앗이에 경제 멍든다

2015-04-11 09:08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 소장
벚꽃을 비롯한 봄꽃들이 만개하면서 곳곳에서 시민들의 봄을 즐기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며칠 전에는 봄을 재촉하는 비 덕분에 땅이 갈라지는 현상을 보였던 가뭄마저 해갈되었다. 봄 하면 여러 가지가 생각난다. 클래식 애호가이면 비발디의 사계 중 봄, 풍류를 즐기는 이라면 벚꽃과 같은 꽃놀이를, 가곡 애호가들은 박인희의 봄이 오는 길과 같은 음악을, 영화 매니아라면 봄날은 간다와 같은 영화를.... 필자와 같이 국가를 생각하는 이라면 한 해 농사를 걱정하면서 봄 가뭄에 대한 걱정을... 등등 봄은 추운 겨울에서 따듯해지는 계절로 넘어오면서 무엇보다도 생동감, 시작 등등 긍정적인 느낌과 분위기가 물씬 풍기게 된다.

품앗이가 국회까지 침투되어

올해 봄 가뭄 때문에 걱정했던 농민을 생각해서 필자는 품앗이를 이야기하고 싶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파종, 밭갈이, 논갈이, 모내기, 가래질, 논매기, 밭매기, 퇴비뿌리기, 보리타작, 추수, 벼 베기 등의 모든 농사일은 물론 집짓기, 집수리, 지붕 잇기, 나무하기 그리고 염전 소금 거두기, 동네 제방 쌓기, 퇴비 만들기 등과 같은 일에 노동력이 상당히 필요했다. 거기에 남자들이 하는 일 말고 명절이나 애경사에 음식을 장만하고 옷을 만드는 여자들이 하는 일까지도 노동력이 제법 필요했다.

요즘처럼 기계와 장비가 발달하지 못해 일일이 사람이 직접 모든 일을 해결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이웃의 일을 거들어주면서 내 일에도 도움을 받게 되는 품앗이라는 제도가 발전하게 되었다. 품앗이는 일종의 임금을 주지 않은 채 1대 1 노동교환 제도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간의 상호 신뢰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별 노동의 실제 가치를 따지지 않고 참여자의 개별 상황을 인정하면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품앗이는 선조의 고유하고 아름다운 관습으로 알려져 있다.

법안 서명을 품앗이하듯이

이런 품앗이가 국회에서 종종 이루어진다.
파란 서류 파일을 들고 다니면서 바삐 돌아다니는 젊은 사람들은 볼 수 있다. 국회에 가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그 서류 파일 속에는 법안 서명지가 들어있다. 보통 국회의원이 개별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동료 국회의원 10명의 서명이 필요한데 그 충족요건을 맞추기 위해서 서명을 받으러 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서명 작업에 조상들의 고유의 관습인 품앗이가 배여 있다.

   
▲ 국회의 법안 서명 품앗이는 무분별한 법안 남발과 묻지마 발의, 질보다 양에 휘둘려 문제 법안을 양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문제인 법안서명 품앗이

법안 서명 품앗이는 국회가 보여주고 있는 여러 문제점 중에서 여러 학자와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시급한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품앗이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행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무분별한 의원 법안 발의이다. 지난 16대 국회 1912건, 17대 6387건, 18대 12220건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9대 국회는 임기가 1년도 더 남은 상황 속에서도 12000건이 넘어 내년 임기 마지막까지 포함하면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법안 홍수를 이루고 있다.

둘째, 지나친 열정 때문에 묻지마 발의를 한다. 특히 의원 법안 발의가 임기 첫 해가 가장 많다. 국회의원에 당선되자마자 의원과 보좌진 모두 의욕에 차 있어 법안을 무더기 내놓게 된다. 그러면 일을 제대로 한다고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품앗이 서명을 받아 법안을 발의하게 된다.

셋째, 의정활동 평가를 질보다 양으로 시행한다. 특히 좌성향 시민단체에서는 법안발의 건수를 주요 의정활동 평가 지표로 활용하곤 한다. 국회의원은 이슈가 되는 법안을 발의하거나, 법안을 많이 발의해서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 것처럼 평가받고 싶어한다. 참으로 문제 중 문제다. 특히 자리를 보전해야 하는 선거를 1년여 정도 남겨 놓은 시점에서는 더욱 더 품앗이가 활발해진다.

국가의 나아가는 방향을 품앗이로 결정해서는 안 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보좌진들끼리 서로 법안을 주고 받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비밀로 치부되고 있다. 쟁점이 크지 않은 경우는 일단 서명을 해준 뒤 의원한테 사후 보고한다는 언론 보도를 접할 수 있다. 문제는 공동발의자로 서명한 의원들 모두가 이 법안에 찬성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를 옥죄는 법안은 거의 다 품앗이 방식을 활용해 법안을 통과하려 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 국회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품앗이 방식은 졸속 입법 행태를 보여준다. 현실을 무시하고 경제를 생각하지 않고 과잉적으로 입법 발의를 지금이라도 멈추지 않으면 홍수처럼 튀어나온 입법 때문에 국가는 제대로 방향을 잃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법안 발의시 비용추계, 제대로 된 공청회를 거쳐 발의요건에 대한 질적 개선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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