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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일깨움?…"착한사람보다 필요한 사람이 되라"

2015-04-13 15:5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필요한 사람인가>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편저자 : 한상복 엮음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 전형구 전박사의 독서경영연구소장
“비정한 세상에서 현명하게 살아남는 법”이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배려》, 《재미》 등 베스트셀러를 쓴 저자가 17세기 유럽 세 명의 현자인 발타자르 그라시안,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장 드 라 브뤼예르를 만나게 되었고 이들에게서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지혜를 얻게 되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세 명의 현자들은 내일의 안녕을 기약할 수 없는 암흑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는 게 인간다운 것인가를 끝없이 고민하며 인간의 위선과 허영, 이기심 등을 특유의 직관과 통찰로 예리하게 포착했다. 저자는 세 현자가 남긴 잠언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만을 추려 틀로 삼고, 다양한 에피소드에 동서양 역사와 철학, 심리학, 경제경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저자 특유의 감각과 필체로 엮어내었다.

이 책은 모두 세 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은 “어떻게 나를 지켜낼 것인가”라는 주제로 비정하고 어두운 암흑 같은 세상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두 번째 장은 “어떻게 세상과 조화를 이룰 것인가”라는 주제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인간관계에서의 처세술을 배울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 장에서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어렵고 힘든 삶에서 현명하게 생존할 수 있는 법을 얻을 수 있다.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기보다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나를 지켜내는 동시에 상대 또한 불평불만의 유혹으로부터 지켜주는 현실주의적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필요를 기반으로 한 공존의 지혜다.
공자의 이상주의와 마키아벨리의 철저한 현실주의 사이를 거침없이 오가는 17세기 세 현자의 주장이 400년을 뛰어넘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생하게 와닿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살아가기가 여전히 힘들다는 유사성 때문일 것이다. - <프롤로그 ; 좋은 사람보다 필요한 사람> 중에서

   
 
조직에 살아남아 뜻을 펴기 위해서는 홀로 빛나는 고매한 인격자보다는, 다소 덜 빛나더라도 사람들 틈에서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현실주의자가 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말처럼 쉽지 않기에, 삶은 끝없이 펼쳐진 살얼음판 위를 조심조심 걷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혜로운 사람은 남들에게 ‘고마운 존재’가 되기보다는 ‘필요한 존재’가 되고자 한다. 그러니까 상대가 당신에게 고마워하기보다는 기대하고 의지하게 만들어라. 기대는 오랫동안 기억되지만 감사의 마음은 금방 사라지기 때문이다. - 그라시안” - <얼마만큼 빛날 것인가> 중에서

하지만 사람 심리라는 게 단순하지는 않아 한쪽으로 너무 기울면 무의식의 추를 옮겨 균형을 잡으려는 경우가 많다. 양처럼 선량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늑대의 탈을 잠시나마 벗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누군가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나서서 손을 내밀게 된다. 베풀기 위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기도 한다.
“지혜로운 사람이 좋은 평판을 듣는 것은 대가 없이 먼저 베풀기 때문이다. 먼저 베풀면 두 가지 이점이 있다. 하나는 상대에게 긴요할 때 베풀어줌으로써 관대한 사람이 될 수 있으며, 다른 하나는 먼저 베풀면 호의가 되는 반면 나중에 베풀면 갚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그라시안” - <한 번에 조금씩, 자주 무심하게> 중에서

“후회한다는 것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뉘우쳐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것이 내게 돌려줄 화가 두렵기 때문이다. - 라 로슈푸코”
비난이나 모략의 함정에 빠지면 부처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나 분노를 터뜨리기 마련이다. 당연한 반응이고 정당한 방어본능이다. 분노는 뭔가를 이루기 위해 강하게 사용하는 감정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화를 내는 것 자체는 그다지 창피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분노를 표현했는데도 결과적으로 얻은 게 없고, 외려 관계를 일었을 분이라면 그 분노의 표현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게 창피한 일이다. 그래서 분노는 후회를 동반할 때가 많다. - <나의 분노에 걸려 넘어지다> 중에서

“우리들이 새로 사귄 친구 쪽으로 마음이 쏠리는 것은 옛 친구에게 싫증이 났다든가 변화를 즐기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나를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 대접 받지 못하는 것이 가분 나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접받기 위해 새로운 친구를 원한다. - 라 로슈푸코”
대접 받는 데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부류가 있다. 모두가 알아서 그를 섬겨주어야만 한다. 착한 척 연기를 할 때도 있으나 측은지심이 부족해서 어려움에 빠진 사람의 처지에 공감하는 경우가 드물다.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맥락은 파악하지 못해도 약점만은 귀신같은 눈썰미로 찾아낸다. - <친구와 적 사이에서 외줄타기> 중에서

“당신은 착한 사람이다. 당신은 왕의 총애를 받는 사람들의 마음에 들려고 애를 쓰지 않고,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스스로의 일에만 집착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곧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 - 라 브뤼예르”
내 것만 하고 싶은 이들의 한계는, 남의 속내를 들여다보지 않아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웬만하면 자기 기준으로 재단하므로 주변 사람들이 어떤 것을 원하며 그 배경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한다. - <‘내 일’만 보는 사람에겐 내일이 불안하다> 중에서

오만함은 자괴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심감이 넘쳐 오만해지기 보다는 자괴감을 감추려 어깨에 힘을 주다보니 오만해질 때가 많다. 겸손이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나 유사한 맥락이다.
『사기(史記)』 ‘편작열전(扁鵲列傳)’을 보면 어떠한 명의도 고칠 수 없는 6가지 불치병이 나오는데 그중 으뜸인 일붙치(一不治)가 ‘오만하고 방자하여 내 병은 내가 안다고 주장하는 환자’다.
“별로 아는 것이 없는 인간은, 방금 자기가 배운 것을 타인에게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는 게 많은 사람은 자기가 말하는 것을 남들은 모른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별일 아닌 즛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 라 브뤼예르” - <물은 아래로 흐르고, 만족은 겸허한 마음에 고인다>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 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꿈꾸며 살기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먹고살기가 만만치 않은 현실을 보게 되면 치열한 전쟁터를 연상할 수밖에 없는 세상임을 깨닫게 된다. 내가 살기 위해 피 터지는 싸움을 해야 할 때도, 살아남기 위해 상대의 낯빛을 살펴 분위기를 맞추거나, 호감을 얻기 위해 내키지 않는 행동을 해야 할 때도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삶이란 끊임없는 대립과 위선, 혼돈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과연 어떻게 나를 지켜내고, 내가 주인공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인가.

이 책의 핵심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세 현자의 고민이 모이는 지점이 바로 ‘필요한 사람인가’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필요’란 상대의 필요를 나의 필요로 수용한다는 대인배의 지혜를 의미한다.
우리는 착하게 살고, 좋은 사람이 되라는 교육을 많이 받아왔다. 하지만 현자들은 지나친 이기심은 경계해야 되지만 너무 좋은 사람일 필요도 없다고 강조한다. 우리 삶이 이기심과 이타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음을 통찰하고 이를 돌파할 수 있는 해법, 세상과 조화를 이뤄 살아가는 지혜를 제시해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혼돈과 갈등을 벗어나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찾을 수 있는 해법을 만날 볼 수 있다.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전략이나, 직장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한 처세술과 인물론 등의 지혜도 얻을 수 있다. 400여 년 전인 17세기 유럽을 살았던 세 현자의 촌철살인(寸鐵殺人) 같은 잠언들이 시대를 초월에 21세기 지금도 우리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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