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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기, 인양보다는 해상추모공원 만들자

2015-04-14 15:14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여명 한국대학생포럼 회장
그 날을 하늘도 슬퍼하듯 오늘 오후부터 사흘간 비가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너무도 참담하여 차라리 꿈같았던 4월 16일. 이제는 무뎌질 때도 됐는데 우리 모두를 덮쳤던 그 날의 충격은 바로 어제의 것 인양 비통하게 우리 가슴을 짓이기고 있다. 너도나도 꽃놀이를 즐기는 요즘이건만 필자와 같은 대학생들은 우리들의 후배일 수 있었을 그 아이들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슬프다.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최대의 인명피해를 가져온 세월호 참사. 이 참사는 우리사회로 하여금 그 만큼 긴 후유증을 앓게 했다. 구조과정에서 다이빙벨을 투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온갖 음모론이 창궐한 것이 서막이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은 여·야 그리고 유가족이 합세한 정쟁으로 번져갔다.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일대에는 ‘세월호는 박근혜 정부에 의한 참사인듯 하니 진상규명을 요구한다.’ 라는 요지의 반정부 농성집회가 벌써 1년째 계속되고 있다. 슬프게도 이 참사는 ‘명확한 근본 원인과 바람직한 해결 방법’이라는 본질보다는 표면의 것들이 정치화되어 국론을 분열시키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이제 그 괴물은 “선체 인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섰다. 선체가 인양될 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짜디짠 바닷물에서 부식되었을 거대한 선체는 더 끔찍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된다.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그러나 평생 그 트라우마 속에서 갇혀 살 아이들은 그 날의 공포를 다시금 떠올릴 것이다.

유가족들은 그 무지막지한 고철덩어리 앞에서 한 번 더 가슴속 상처에 소금물을 들이붓는 듯 한 물리적 아픔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2000억에 달하는 비용문제는 차라리 지엽적이다. 우리 국민 300여명이 수장 된 참사에 원인 규명이 안 되어 있다면 그 비용이 2000억이 들든, 1조원이 들든 인양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다.

   
▲ 세월호의 진실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고철이 된 괴물 '세월호'를 인양해 눈앞에 두고 본다는 것은 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슬픔만을 안겨줄 뿐이다.
하지만 이미 진실은 낱낱이 밝혀져 있다. 당연히,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세월호 참사의 근본원인인 관료 사회의 뿌리 깊은 적폐에 대한 ‘상징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물욕에 눈이 멀어 물에 뜨는 것으로도 신기한 부실선박 증축을 감행한 유병언, 운항규정을 미준수한 이준석 선장, 그리고 이 같은 불법과 비리를 묵인한 해수부관피아들이 대규모 인명피해를 일으켰다.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신속히 진행되었다. 초동대처에 미흡했던 해경은 사고 발생 2달 만에 해체되었다. 세월호의 실질적인 소유주 유병언 일가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준석 선장은 검찰에 의해 사형이 구형되어 있다. 더 이상 인양해야 할 진실은 없다.

매 월 300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불의의 사고로 생명을 잃는다. 한 달에 한번 꼴로 세월호 한대가 침몰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사고에는 수많은 우연과 실수가 얽히고 섥혀 있다. 예를 들어 홍수 철 버스가 뒤집힌 사고에도 이해되지 않는 여러 가지 실수들이 얽혀있다. 그런 사고들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청와대 앞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피켓시위를 벌여야 할까?

작년 5월 중순, 한국대학생포럼에서 ‘세월호 참사 의사자들의 숭고한 희생을 이어 받아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국민,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자’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진행했었다. 1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사회는 조금 더 안전해졌을까? 아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변한 것이 없다.

오히려 반성 없는 우리들은 분노의 창끝을 엉뚱한 곳에 겨누고 있다. 이 일이 왜 이렇게 까지 되었나. 광화문 일대를 절망으로 물들인 주체는 유가족들이 아니다. 유가족들의 어깨를 감싸며 노란색 리본을 천사의 가면인양 장착한 ‘그들’은 2008년 광우병 거짓 선동 파동 때에는 뭣 모르는 아이들로 하여금 대한민국을 향해 촛불을 들게 하더니, 지금은 유가족을 앞세워 본인들의 정치의사를 관철시키고 있다. 자유민주주의국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라는 죽창을 앞세운 집단 앞에 전체주의 사회로 한걸음, 한걸음 들어가고 있다. 아닌 것을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세월호 참사는 이제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집단의 새로운 반정부 구호로 이용되고 있는지 오래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을 강화한다. 그리고 공동체가 나서서 희생자와 희생자의 가족들을 따뜻이 감싸준다. 그 제대로 된 사회에서는 지금 이 나라에서 그러하듯이 희생자 가족들에게 반사회적 음모론을 속삭이고, 전문투쟁방식을 가르치며, 분노와 좌절을 강요하는 집단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인양 얘기를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며 부족한 글을 마치려 한다. 자식을 먼저 보낸 슬픔이 오죽하랴. 아직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필자는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슬픔을 평생 안고가야 하는 유가족 분들이다. 그런 분들께 아이들을 바닷속으로 삼켜버린 괴물을 다시 끌어올려 보여주는 것은 더 큰 슬픔만을 야기할 뿐이다.

더 나아가 이미 본연의 형체를 잃어버린 세월호를 두고 온갖 음모론이 재발해 또다시 국론이 분열될 것이 자명하다. 600명의 희생자를 내었던 스위스 선박사고의 예처럼 인양을 하지 않고 그 수역에 해상추모공원을 설치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인양에 들어갈 2000억의 비용은 여전히 만연해 있는 이 나라의 안전을 증진하는 데에 쓰였으면 좋겠다. 제2의 세월호, 제3의 세월호는 우리 옆에서 또아리를 틀고 균열을 기다리고 있다. /여명 한국대학생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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